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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바흐무트 중심지 건물 점령”…우크라 “어디 화장실에 깃발올렸나” 반박

중앙일보

입력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바흐무트에 게양할 러시아 국기를 들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바흐무트에 게양할 러시아 국기를 들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러시아 용병업체 바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중심지의 행정부 건물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2일(현지시간) AF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이날 텔레그램에서 “바흐무트를 법적인 의미에서 점령했다”며 “이제 적(우크라이나군)은 (바흐무트) 서쪽에 몰려있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텔레그램에 함께 올린 영상에서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카페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숨진 친푸틴 성향 군사 블로거 블라들렌 타타르스키의 이름이 새겨진 러시아 국기를 들고 애도를 표했다.

그러면서 프리고진은 “(바흐무트) 시청과 도시 중심지를 점령한 부대 지휘관들이 그곳에 이 국기를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러시아 정규군을 의식한 듯 “바흐무트를 점령한 것은 바그너 그룹”이라며 “법적 의미에서 그것은 우리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그너그룹의 주장에 따르면 러시아가 아직 바흐무트를 완전히 장악한 것은 아니지만, 시청 등 행정부 건물을 점령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군은 바흐무트를 여전히 지키고 있다고 즉각 반박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이날 페이스북에 “적은 바흐무트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며 “그러나 우크라이나 방위군은 적의 수많은 공격을 격퇴하면서 용감하게 바흐무트를 지켜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동부군 사령부 대변인은 3일 로이터와 통화에서 “어디 화장실 위에 깃발을 올렸나보다”며 “그들이 아무 곳에나 그들의 걸레를 걸고는 도시를 점령했다고 하는데, 좋을 대로 생각하게 두라”고 말했다.

아울러 “시의회 건물 주변에서 전투가 계속되고 있지만 그들은 법적 의미에서 아무 것도 점령하지 못했다”며 “바흐무트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영토다. 그들은 아무 것도 점령하지 못했고 좋게 말해도 점령까지 한참 멀었다”고 덧붙였다.

바흐무트는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최장기간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격전지다.

바그너그룹 용병들은 지난 8개월간 동부 요충지 바흐무트를 점령하기 위해 물량 공세를 벌여 왔고, 우크라이나도 소모전을 불사하며 도시를 사수해 왔다.

일각에서는 바흐무트가 전략적 가치가 크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장기간 옥신각신 소모전을 벌이면서 바흐무트는 군 사기상 어느덧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게 됐다.

프리고진은 지난달 20일 바그너 용병 부대가 바흐무트의 70%를 장악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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