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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정찰풍선 용납 못 해” 왕이 “미국이 무력 남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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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블링컨(左), 왕이(右)

블링컨(左), 왕이(右)

정찰 풍선 사태 이후 미·중 외교수장이 1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처음 만났지만 첨예한 입장차만 드러냈다. 다만 회동이 성사된 만큼 양국이 갈등 악화를 막고 상황을 관리하려는 의도를 보였다는 풀이도 나온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뮌헨안보회의(17~19일) 참석을 계기로 이날 만나 1시간 정도 대화했다. 중국 관영 신화사는 19일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 137자의 짧은 공식 보도문을 냈다. 회담 직후 1700여자의 성명을 발표한 미국과 대조를 이뤘다.

미 국무부는 회동 이후 성명을 통해 “(블링컨 장관이) 중국 고고도 정찰 풍선의 미 영공 내 비행은 미국의 주권을 위협하고 국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직접 말했다”며 “이런 무책임한 행위가 재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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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왕 위원은 “이른바 무인비행정(정찰 풍선) 사건은 미국이 만든 한판의 정치 소란”이라며 “상상하지 못할, 히스테리에 가까운 100% 무력 남용이자 관례와 관련 국제협약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구 상공에 매일 수많은 풍선이 떠 있는데 미국은 다 떨어뜨리려 하느냐”며 “미·중 관계에 조성한 손해를 직시하고 해결하라”고 다그쳤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중국의 러시아 지원 문제를 놓고도 대립했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중국이 러시아에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거나 체계적인 제재 회피를 지원했을 때 발생할 영향과 결과를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왕 위원은 “평화회담의 성공을 희망하지 않고 전쟁 중단을 원하지 않는 어떤 세력이 있어 보인다”며 “(미국의) 냉전적 사고가 돌아왔다”고 말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미·중이 입장 차이는 분명해도 정찰 풍선 문제를 더는 확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번 만남도 사태를 더 키우지 않고 블링컨의 방중 기회를 만들어 안정적인 상황으로 이끌기 위한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내 반중 정서가 강해진 상태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관계 개선 행보를 적극적으로 보이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뮌헨 회동 이튿날인 19일 미 하원의원 4명(민주당 3명, 공화당 1명) 등 미 의회 대표단이 닷새 일정으로 대만을 방문하면서 중국이 대만해협 주변에서 군사훈련에 돌입하는 등 긴장이 감돌고 있다. 여기에 대중국 강경파인 케빈 매카시 신임 미 하원의장(공화당)이 오는 4월 대만을 방문할 경우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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