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60·구속기소)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알선수재 혐의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노웅래(65)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이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해 16일 전격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검찰은 노 의원이 사업가 박모씨를 통해 당내 선거 등 정치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부정 조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이날 오후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노 의원의 자택과 국회 사무실인 의원회관 901호, 서울 마포구 내 지역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노 의원은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60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씨가 폐선로 철도 부지에 태양광 시설을 짓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노 의원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는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게 해달라는 요청도 했다고 한다.
검찰은 노 의원이 이렇게 받은 돈을 2020년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용으로 썼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노 의원은 이 전당대회에서 3위를 기록하며 최고위원에 당선돼 당 지도부로 활동했다. 노 의원에게 돈을 건넨 사업가 박씨는 이정근(60·구속기소)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10억원의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MBC 기자 출신인 노 의원은 서울 마포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지난해 6월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에 임명돼 최근까지 활동하다 이 전 부총장이 구속기소된 직후인 지난달 말 갑자기 사의를 표명했다.
노 의원은 대학교수인 박씨의 아내와도 친분이 있다고 한다. 검찰은 노 의원이 박씨, 박씨의 아내와 주고받은 메시지 등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지난달 19일 이 전 부총장을 구속기소하면서 작성한 공소장에서 이 전 부총장이 ‘대통령 비서실장, 장관 2명, 의원 2명’ 등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과 친분을 과시하면서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했다며 고위 인사들을 열거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전 부총장의 공소장에 노 의원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회기 중에 현역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는 것은 명백한 입법권 침해이며 야당 탄압"이라며 "아무런 물적 증거도 없이 피의자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도 방금 기사를 보고 소식을 들었다”며 “아직 지도부 차원의 논의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정근 전 부총장의 수사가 어디까지 흐를지 예의주시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민주당 소속 의원 보좌관은 “이 전 부총장이 과거 전당대회에서 특정 최고위원을 밀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검찰이 그걸 들추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전 부총장과 함께 당직을 지낸 민주당 관계자는 “2020년 전당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이어서 돈도 들지 않는 선거였다”라며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검찰의 국면전환용 압수수색 아닌가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