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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처럼 펼쳐지는 기이한 사건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12호 21면

토템과 터부

토템과 터부

토템과 터부 
한은호 지음
나남

소설 『토템과 터부』는 ‘휴스턴에 눈이 내렸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휴스턴은 미국 남부 텍사스주에서도 남쪽. 기상이변으로 실제 눈이 내린 적이 있다. 소설에선 ‘휴스턴의 눈’처럼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사건이 거듭된다. 아버지가 다른 쌍둥이도 등장한다. 태어날 확률은 1000만분의 1. 역시 실제 사례가 있다.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는데, 그걸 인지하지 못하는 일도 벌어진다. 이게 가능해? 뉴스에선 하루가 멀다고 상상을 초월하는 엽기적 사건이 쏟아지지 않던가.

출생의 비밀을 파헤쳐 복수극을 펼친다는 점에서 『토템과 터부』는 한편으로는 막장 드라마 같고, 한편으로는 신화처럼 들린다. 오일쇼크, 극지 과학, 플라스마 난류, 핵융합발전, 우주 탐사, 대통령 선거 등 거대한 이야기를 기반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것도 이색적이다. 공간적으로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서울의 관악, 남극의 여연기지와 온성캠프, 로스앤젤레스 인근 샌타바버라에서 카추마호수로 넘어가는 154번의 협곡 도로를 넘나든다. 시간적 배경은 현대지만,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피를 타고 이어지는 운명을 설명한다. 오페라 배우의 타락, 남극 대원의 자살 등 소설 곳곳에서 흥미로운 사건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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