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고금리 장기화 우려, 경제도 안전 챙기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이틀 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4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렸다. [EPA]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이틀 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4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렸다. [EPA]

미, 금리 인상 속도는 줄이되 더 높이 오래갈 듯

한국, 경기 침체에 흥국생명발 외화채 파동까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렸다. 연준이 이렇게 큰 폭으로 네 차례 연속 금리를 올린 건 처음이다.

연준이 빠르게 금리를 올려왔지만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수요가 많아서 물가가 오르는 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공급 충격에 따른 고물가 영향이 큰 탓이다. 지난달 발표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8.2% 올랐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빼도 40년 만의 최대 폭인 6.6% 올랐다. 인플레이션이 이미 경제 안에 똬리를 틀고 내재화한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속도 조절 가능성을 얘기하면서도 “최종 금리 수준은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것보다 금리가 얼마나 높이 오르고,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폭은 줄겠지만 결과적으로 더 높이, 더 오래 금리가 올라간다는 의미다. 통화 긴축 흐름이 중단되는 ‘피벗’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던 시장에 ‘김칫국 마시지 말라’는 매파적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떨어진 이유다.

이달 24일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졌다. 당장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최대 1%포인트까지 벌어졌으니 외자 유출 가능성과 외환시장 불안에 대비해 금리를 올리는 건 불가피하다. 얼마나 올리느냐의 문제만 남았다. 10월 소비자물가는 공공요금이 많이 오르며 1년 전보다 5.7% 올랐다. 내년 1분기까지 5%대 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한은이 전망하는 만큼 물가와 내외 금리 차만 보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려야 한다. 하지만 실물경제 침체가 본격화하고 있다. 9월 산업활동에서 생산과 소비, 설비투자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얼어붙은 채권시장에는 악재가 추가됐다. 흥국생명이 외화표시 채권을 조기 상환하지 않으면서 국내 기업의 외자 조달 분위기가 나빠졌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글로벌 강달러를 불렀고 세계 각국은 자국 통화가치 하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기축통화국이라는 위상과 책임에도 강달러로 인한 다른 나라의 고통까지 세심하게 고려하지는 않는다. 연준이 미국 의회와 국민에게만 설명 책임이 있으니 자국 우선의 통화정책이라는 ‘마이웨이’만을 고수하는 것이다.

금융위기 때 같은 국가 간 정책 공조는 쉽지 않다. 금리 인상과 고금리 추세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냉엄한 현실을 인정하고 경제 주체 모두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야 한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안전관리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지금은 경제 역시 안전을 우선적으로 챙겨야 하는 위태로운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