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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까지 쏜 북 도발…안보 경각심 무너지면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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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배포한 '화성-17'의 발사장면 [AP]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배포한 '화성-17'의 발사장면 [AP]

현실적 위협으로 다가온 북한 핵 능력  

안보 의식 다지고 대비 체제 점검해야

북한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어제는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아올렸다. 군 당국의 분석 결과 이 미사일은 1단 및 2단 추진체의 분리에 성공했지만 남은 탄두부가 추력이 약해져 목표했던 탄착점에 이르지 못하고 떨어졌다고 한다. 실패했다고 해서 안심할 일이 아니다. 전례로 볼 때 북한은 조만간 화성-17형의 재발사를 감행할 것이다. 예전에도 몇 차례의 미사일 발사 실패를 무릅쓰고 시험발사를 반복해 기어이 성공시킨 사례가 있다.

북한의 도발은 이미 정상적인 제동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다는 전략목표를 세워둔 이상, 북한은 ICBM 및 잠수함발사탄도탄(SLBM)의 완성과 7차 핵실험까지 내달릴 것이다. 더구나 미·중 경쟁 격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재의 국제 정세 속에서 중국·러시아가 북한의 도발을 제어할 리 만무하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사용할 공격용 무기까지 제공하며 러시아와의 결속을 다지고 있다. 결국 북한의 도발과 오판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한·미 동맹을 통한 확장억제 강화와 한·미·일 안보협력이 가장 유력한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이와 동시에 우리 스스로의 안보 의식과 대비 태세를 가다듬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동맹이 든든한 억지력이자 울타리이긴 하지만 안보를 전적으로 동맹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북한의 ICBM 능력은 아직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엊그제 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쏘아 보낸 데서 보듯 대남 핵 공격 능력은 이미 완성 수준에 있다. 북한이 다음 수순으로 국지적 도발을 감행해 올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책을 마련해 둬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북한의 도발을 이따금 불만을 터뜨리는 수단이나 강온 양면책을 번갈아 가며 구사하는 전술의 일환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전략적 노림수가 무엇이며, 지금 단계에서 어떤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지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단히 우려스러운 것은 예전에 비해 국내의 안보 경각심이 크게 무뎌져 있는 현실이다.

몇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등 대화 국면이 펼쳐지는 동안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는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와 국민의 안보 의식이 함께 느슨해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엊그제 6·25 이후 처음으로 울릉도 지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됐음에도 주민들은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내륙의 다른 지역이었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실제 상황이었더라면 어떤 결과로 이어졌을지 아찔하다. 이런 허술한 대비 태세로는 만일의 사태가 일어날 경우 막대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은 비상시의 대피 계획 등을 재점검하고 국민이 이를 숙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