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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에 연기…이란 시위대 가둔 '악명의 교도소' 수상한 화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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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수도 테헤란의 에빈교도소에서 15일(현지시간) 화재가 발생해 하늘 위로 연기가 솟구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수도 테헤란의 에빈교도소에서 15일(현지시간) 화재가 발생해 하늘 위로 연기가 솟구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한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15일(현지시간) 교도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최소 8명이 부상했다고 이란 국영 IRNA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곳에는 반정부시위 도중 체포된 시위대 수백 명이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밤 이란 수도 테헤란 북부의 에빈교도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하늘 위로 솟구치고 교도소 주변에서 총성과 경보음이 들렸다.

반정부 감시단체 '1500타스비르'는 트위터에 에빈교도소 화재 영상을 올리고 "테헤란 에빈교도소에서 큰 화재와 총격이 벌어졌다"며 "에빈교도소는 정치범을 수용하는 곳이다. 우리는 대학살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란 당국은 화재가 반정부 시위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란 사법부는 성명을 통해 "금융범죄와 절도 혐의로 구속된 재소자들 사이에서 다툼이 있고 난 뒤 교도소 작업장에서 불이 붙었다"고 밝혔다. 또 테헤란 주지사는 국영TV에 "교도소에서 폭동이 일어났으며, 현재 상황은 완전히 진압됐다"고 했다. 소방당국은 IRNA에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공개한 에빈교도소 화재 현장 사진. 트위터 캡처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공개한 에빈교도소 화재 현장 사진. 트위터 캡처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공개한 에빈교도소 화재 현장 사진. 트위터 캡처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공개한 에빈교도소 화재 현장 사진. 트위터 캡처

BBC 방송은 이란 당국의 사태 안정 발표 이후에도 교도소에서 연기가 계속 나오는 영상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 목격자들은 로이터 통신에 "구급차와 소방차가 교도소로 향하는 걸 봤다. 총소리도 계속 들렸다"며 "에빈교도소로 들어가는 도로가 폐쇄됐다"고 말했다.

교도소 인근에서 강력한 폭발음이 세 차례 이상 들렸으며, 특수부대가 교도소로 진입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사고 소식을 듣고 교도소 앞을 찾은 일부 재소자 가족은 BBC에 "교도소로 전화 연락도 닿지 않는다"며 "인터넷 연결도 끊긴 것 같다"고 말했다.

교도소 밖에는 시위대가 모여들며, 혼란이 일었다. 일부 시민들은 차량을 몰고 와 반정부 시위에 대한 연대의 표시로 경적을 울렸다. 소셜미디어(SNS)엔 교도소 주변 건물에서 창문 밖으로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는 영상도 올라왔다.

에빈교도소는 이란 당국이 정치범이나 반정부 인사를 가둬온 곳으로 반인권적 처우로 악명 높다. 지난 2018년 미국 정부는 "심각한 인권 침해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치범 외에도 언론인, 이중 국적자를 포함한 외국인 수감자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에선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사망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을 계기로 한달째 반정부 시위가 지속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에선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사망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을 계기로 한달째 반정부 시위가 지속되고 있다. AP=연합뉴스

국제사회는 소요 사태에 우려를 표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트위터에 "긴급상황으로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며 "이란 당국은 부당하게 억류된 우리 국민에 대한 안전을 책임져야 하고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도 "매우 우려스러운 국면"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13일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사흘 만에 사망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으로 촉발한 반정부 시위는 이란 전역으로 격화했다. 이란 인권운동가통신 'HRANA'는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지금까지 미성년자 32명을 포함해 24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 내에서 강력한 언론검열이 진행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국제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반정부 시위 발발 이후 최소 40명의 언론인이 체포됐다. 현지 기자들은 개인 SNS에 시위 게시물을 공유하거나 피해 여성 아미니 사진을 게재한 후 진압 경찰에 의해 구타당하거나 압수수색 당했다고 말했다.

체포됐다가 풀려난 한 현지 기자는 가디언에 "이제 나는 생존 모드에 돌입했고, 정부가 쓰라는 기사만 쓰고 있다"며 "시위에 대한 가짜뉴스가 보도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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