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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코치 영전에 승리 바친다"...눈물 삼킨 손-케 43호 합작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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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9일 토트넘과 브라이튼 선수들은 경기를 앞두고 세상을 떠난 벤트로네 토트넘 코치를 추모했다. 로이터=연합뉴스

9일 토트넘과 브라이튼 선수들은 경기를 앞두고 세상을 떠난 벤트로네 토트넘 코치를 추모했다. 로이터=연합뉴스

9일(한국시간) 토트넘-브라이튼의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가 열린 영국 브라이튼의 아멕스 스타디움. 경기 전 손흥민(30)을 비롯한 토트넘 선수들은 ‘Always in our hearts. Gian Piero(지안 피에로. 언제나 우리 가슴 속에)’라고 쓰여진 흰색 티셔츠를 입고 워밍업을 했다.

킥오프를 앞두고 케인은 ‘Always in our hearts. Gian Piero(지안 피에로. 언제나 우리 마음 속에)’라고 적힌 흰색 티셔츠를 입고 워밍업을 했다. AP=연합뉴스

킥오프를 앞두고 케인은 ‘Always in our hearts. Gian Piero(지안 피에로. 언제나 우리 마음 속에)’라고 적힌 흰색 티셔츠를 입고 워밍업을 했다. AP=연합뉴스

사흘 전인 지난 6일, 백혈병 투병 중 62세 나이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지안 피에로 벤트로네(이탈리아) 토트넘 피지컬 코치를 추모하는 메시지였다. 팔에 검정 완장을 두른 양 팀 선수들은 킥오프 직전 1분간 박수를 보내며 추모했다. 벤트로네 코치의 생전 모습을 띄운 전광판을 본 손흥민은 슬픔을 간신히 참아냈다. 눈시울이 붉어진 안토니오 콘테(이탈리아) 토트넘 감독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손흥민-해리 케인(29·잉글랜드)이 벤트로네 코치 영전에 승리를 바쳤다. 전반 21분 페널티 박스 내 오른쪽에서 절묘한 볼 트래핑으로 수비를 따돌린 손흥민이 칼날처럼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를 올렸다. 문전에 있던 케인이 헤딩으로 돌려 놓은 볼이 골 네트를 흔들었다. 손흥민의 시즌 2호 도움. ‘영혼의 콤비’ 손흥민과 케인이 프리미어리그 최다 합작골 기록을 43골로 늘린 장면이기도 했다. 케인은 득점 후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켜 벤트로네를 추모했다.

토트넘은 인스타그램에 선수단 전체 사인이 들어간 벤트로네 유니폼 사진을 올리며 “감사합니다. 교수님”이라고 썼다. 사진 토트넘 인스타그램

토트넘은 인스타그램에 선수단 전체 사인이 들어간 벤트로네 유니폼 사진을 올리며 “감사합니다. 교수님”이라고 썼다. 사진 토트넘 인스타그램

10월 들어 1무1패에 그쳤던 콘테 감독은 이날 3-4-2-1 대신 손흥민과 케인을 투톱으로 쓰는 3-5-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손흥민과 동선이 자주 겹치는 공격형 왼쪽 윙백 이반 페리시치 대신 라이언 세세뇽을 선발로 기용했다.

콘테 감독은 전반 3분 직접 프리킥 찬스에서 전담 키커 케인 대신 손흥민에게 킥을 맡기는 등 변화를 줬다. 손흥민의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은 수비벽을 절묘하게 넘겼지만 몸을 날린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 28분 손흥민이 왼발로 감아 차 넣은 골은 오프사이드로 판명돼 득점으로 인정 받지 못 했다.

후반 34분까지 79분간 뛴 손흥민은 후스코어드닷컴으로부터 양팀 최고 평점인 7.9점을 받았다. 포메이션과 선발 명단 변화 속에서 토트넘은 1-0 승리를 거두며 3위(6승2무1패·승점 20)를 유지했다.

벤치에서 벤트로네를 위해 기도하는 콘테(가운데)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벤치에서 벤트로네를 위해 기도하는 콘테(가운데)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경기 후 골키퍼 위고 요리스는 벤트로네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들고 토트넘 원정 팬들에게 다가갔다. 토트넘은 소셜미디어에 모든 선수들이 사인한 유니폼 사진을 올리며 “감사합니다. 교수님”이라고 썼다.

케인은 방송 인터뷰 도중 벤트로네 얘기에 눈물을 삼키며 “정말 힘든 한 주를 보냈다”고 말했다. ‘벤트로네 헌정골인가’란 질문에 케인은 “물론”이라고 답했다. 윙백 세세뇽도 “우리는 벤트로네를 위해 이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콘테 감독은 “인생은 때때로 좋지 않은 순간도 있다. 우리는 벤트로네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나폴리에서 열릴 장례식에 참석해 벤트로네 가족에게 강해져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는 정말 강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골침묵을 깨고 레스터시티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손흥민은 벤트로네 코치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사진 손흥민 인스타그램

골침묵을 깨고 레스터시티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손흥민은 벤트로네 코치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사진 손흥민 인스타그램

작년 11월 토트넘에 합류한 벤트로네 코치는 강도 높은 훈련을 시켜 ‘마린(해병)’, ‘킬러’라 불렸다. 그러나 그라운드 밖에선 선수들을 따뜻하게 챙겼다. 시즌 초반 골 침묵에 시달리던 손흥민도 지난달 레스터시티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뒤 벤트로네 코치와 20초간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손흥민은 “세상은 특별한 사람을 잃었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간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운 분”이라는 추모 글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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