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수출 긴급 진단] “원화 가치 하락보다 수입 물가 걱정…정부 개입 바람직하지 않아”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804호 10면

SPECIAL REPORT

최재영

최재영

강(强)달러 속에 주요국의 통화 가치가 모두 떨어지고 있지만, 최근의 원화 가치 하락만 놓고 보면 ‘공포’ 그 자체다.

관련기사

2일에는 장중 한때 전날보다 8.1원 내린 1363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전날 기록한 장중 연저점(1355.1원)을 하루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원화 가치 하락에 금융시장에서는 달러가 빠져나가지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국제금융 분석 전문기관인 국제금융센터 최재영(사진) 원장도 “지금으로서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달러가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강달러 기조 자체는 우리가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일단은 달러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강달러 기조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위기감이 확산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역시 달러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자산 가치가 떨어지고 경기는 둔화하는데, 이렇게 되면 위기감이 가중돼 달러 수요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엔 환율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국으로 수입을 해서 수출을 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환율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수입 물가가 올라가는 순간 국내 물가 상승률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경상수지 흑자 폭이 줄고 외환보유액은 감소하게 된다. 현재 외환보유액은 연초 대비 5%가량 감소했다. 지금은 원화 가치 하락 그 자체보다는, 가치 하락이 원자재 가격 상승과 맞물려 수입 물가가 급등하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딱히 손을 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원자재 가격을 우리가 낮출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다만,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과거 외국 자본의 과다 유입을 막기 위해 했던 규제가 있는데, 그런 것을 서둘러 풀어야 한다. 가령 최근 조치한 ‘외국인 국채 투자 비과세 조치’가 좋은 예다. 세계국채지수(WGBI)에도 적극 편입되어야 한다. WGBI에 편입하게 되면 외국인이 WGBI 채권에 투자할 경우 이 투자금 일부가 우리나라에도 들어오게 된다. 경상수지, 기업·가계부채와 같은 약한 고리도 잘 관리해야 한다. 기업은 환차익보다는 환차손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가 (외환시장에) 무리하게 개입하는 건 조심해야 한다. 최근 주요국이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나라마다 외환보유액이 줄고 있다. 스리랑카는 외환보유액이 바닥나면서 이미 5월 디폴트를 선언하지 않았나. 홍콩도 최근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줄었다. 우리는 아직 괜찮다고 하지만, 최근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200억 달러 이상 감소했다. 아직은 괜찮다는 평가가 많지만, 잘 관리하지 못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달러 매도를 통한 개입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최 원장은 “환율은 앞으로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공급망 정상화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한다. 같은 맥락에서 10월부터는 원화 가치 하락세가 주춤할 것으로 기대한다. 물가가 지난해 10월부터 급등했기 때문에 올해 10월부터는 기저효과로 인해 상승폭이 작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마침 원자잿값 상승세도 꺾였다. 최 원장은 “물가 상승세가 꺾이면 원화 가치 하락세가 멈출 수 있다”며 “다만 미국의 고용동향이나 기준금리 인상 폭 등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