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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 긴급 진단] 한국 수출 이대로 가면 안 된다…중국·반도체 착시 걷히자 ‘암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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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4호 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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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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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시와 착각이 사라지자 ‘회색코뿔소’(파급력이 크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난달 한국 수출이 사상 최악의 무역수지를 기록한 데 따른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 착시’와 ‘반도체 착시’가 걷히면서 한국 수출의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일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내놨지만, 산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한국 수출이 더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무역수지 적자는 94억7000만 달러로,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누적 무역수지 적자도 247억27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다. 한국 수출의 민낯이 드러난 건 두 축인 중국과 반도체 수출에 균열이 생긴 영향이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도시 봉쇄 등으로 경기가 냉각되면서 대(對)중 수출이 감소세다. 하지만 수요가 급증한 전기차 배터리 소재 등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심화하면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급증해 대중 무역수지는 5월 이후 넉 달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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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반도체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상반기 수출 물량이 줄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지난달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의 주력 상품인 메모리반도체는 중국의 거센 추격까지 받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도 예전 같지 않다. 그동안 환율 상승은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졌지만, 경쟁국 통화가치도 함께 떨어지고 있는 요즘은 이런 효과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픽=김이랑 kim.yirang@joongang.co.kr

그래픽=김이랑 kim.yirang@joongang.co.kr

최근의 위기가 단순히 원유·원자재 가격이 올라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상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경사무소장은 “중국 시장이 침체하고 반도체가 주춤하자 한국 수출의 허약한 체질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수지가 악화하면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25일 연간 경상수지 목표치를 올해 초 500억 달러 흑자에서 370억 달러 흑자로 하향 조정했다. 윤 대통령은 2일 “경상수지는 300억 달러 이상 흑자가 예상된다”며 “대외 재무 건전성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수출입에 탈이 나면 한국경제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김종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장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지금 상황이 단기간에 돌아서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반도체에 의지한 수출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무역수지 적자가 고착화할 수 있는 만큼 체질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 소지가 큰 법안까지 만들어 특정 산업을 챙기고 있다”며 “한국 정부와 산업계도 수출 효자 상품을 지키고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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