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늘리라고 6.5조 감세해줬는데..."투자 힘들다" 아우성, 왜

중앙일보

입력 2022.07.24 16:52

업데이트 2022.07.24 17:07

지난달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기업 빌딩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기업 빌딩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기업 세금 부담을 줄여주기로 하면서 가장 강조한 것은 민간의 투자 확대, 경제 성장, 미래의 탄탄한 세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다. 이론적으로는 이상적인 구상이지만, 현실에서 처한 지금의 경제 상황대로라면 이 선순환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있다. 기업이 당장 투자를 늘릴 수 없는데 세금만 줄여줘서 국가 재정에 쓰일 세수가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24일 기획재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보면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25%로 높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낮추기로 했다. 과세표준 200억원 이하 기업에는 20%의 세율로, 200억원 초과 기업에는 22%의 세율로 법인세를 부과한다. 기재부는 이번 개편안대로라면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전보다 6조5000억원(10.8%)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대기업은 4조1000억원, 중소·중견기업 2조4000억원의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기업의 세 부담 감소는 곧 정부의 세금 수입 감소를 의미한다. 그러나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법인세 감세로 인한) 세수 감소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며 “세수 감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투자 확대에 기여해 성장 기반을 확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기업이 내다보는 경기 상황이 적극적인 투자 확대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389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3분기 경기전망지수(BSI)는 지난 2분기보다 17포인트 내린 79를 기록했다. BSI는 100을 넘으면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고,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다. 물론 정부의 세제 개편안은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이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한 인플레이션(고물가) 등 기업이 설비투자를 망설이게 할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 역시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업 투자를 강제로 유도하는 정부 수단도 줄어들 예정이다. 기업의 소득 중 투자‧임금‧상생협력 등으로 환류되지 않고 유보된 돈에 20%의 세금을 물리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투상세제)를 올해로 종료한다. 투상세제의 전신인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가 감세 혜택에도 기업 투자가 이뤄지지 않자 도입했다. 고광효 기재부 세제실장은 이번 세제 개편안을 설명하며 투상세제를 “다른 나라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규제성 조세제도”라고 지적했다.

기업에 손실이 났을 때 결손금을 다음 사업연도로 이월해 일정 한도 내에서 공제하기로 한 이월결손금 제도의 공제 한도도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되돌린다. 대기업 등의 이월결손금 공제 한도를 소득의 60%에서 80%로 올린다. 중소기업의 이월결손금 공제 한도는 그대로 소득의 100%다.

전문가는 현시점에서의 기업 세 부담 완화가 투자‧고용 증가 효과를 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2015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이 법인세를 낮췄지만, 기대만큼 기업 투자가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업에 있어 투자는 세금보다 시장의 수요 증가가 중요한 결정 요인이 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기업이 투자를 하면 손해가 날 것으로 보고 있어서 막연하게 세금만 내렸다고 해서 투자를 더 하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이번 세제 개편은 미래에 경기가 좋아질 때를 대비해 미리 세 부담을 내려놨다는 의미에선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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