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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윤 정권 초기 혼선 추슬러야 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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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지율 하락 속 권성동, ‘사적 채용’ 사과

대통령 리더십 절실한 경제·안보 위기 상황

윤핵관 자중하고, 참모·장관들 몸 던지길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32회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32회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여권이 비로소 긴장한 듯하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이 어제 “최근 대통령실 채용과 관련한 저의 발언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특히 청년 여러분께 상처를 주었다면 사과드린다”고 했다. 자신의 추천으로 지인의 아들이 대통령실에 채용된 걸 두고 초기에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다” “내가 미안하더라” 등의 발언을 해 ‘사적 채용’ 논란을 키운 지 5일 만이다. 이제라도 사과하니 다행이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한 명인 장제원 의원도 법제사법위원장직을 양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전날 지지율 하락에 대해 “원인을 잘 알면 어느 정부나 잘 해결했겠죠. 열심히 노력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선거 때도 지지율은 별로 유념치 않았다”(4일)던 태도보다 누그러졌다. 긴장할 수밖에 없는 여론 흐름이긴 하다. 최근 조사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동반 하락 중이다. 특히 대통령 지지율이 노태우·노무현 대통령 때처럼 30% 선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보다 지지기반이 취약해 매사 세심하고 정교하게 접근했어야 했다. “정권 교체의 열망이 윤 대통령을 통해 구현됐지만”(장덕진 서울대 교수)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는 데다 기대감이 낮고 0.73%포인트 차 신승에서 드러나듯 강력한 비토 세력도 존재해서다. 하지만 조각(組閣)과 대통령실 인선 등 라인업을 짜는 과정에서 검찰 등 지인 그룹만 중용해 비판을 받았다.

도어스테핑의 경우 대통령의 언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즉흥적이고 직설적이었으며 때론 감정적이었다. 여기에다 김건희 여사의 처신 논란도 있었다. 이런저런 비판에 외려 “전 정권보다 낫다”는 취지로 반발해 ‘오만’ ‘불통’ 이미지도 쌓였다. 국민의힘도 이준석 당 대표 징계와 윤핵관 간 갈등 등 당권 투쟁에만 골몰했다.

이대로 갈 순 없다. 가서도 곤란하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경제·안보 위기 상황이기 때문이다. 5년의 레이스인 만큼 초반에 부진하더라도 얼마든지 반전시킬 수 있다.

‘위대한 소통자’로 불리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도 초기엔 경제 위기에다 아내 낸시 여사의 역술인 관련 소문 등으로 고전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참모로부터 “케네디가 당신보다 많은 실수를 했다”고 위로받는 시기가 있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냉정한 현실 인식과 이에 따라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유연함을 갖춰야 한다. 이미 많은 처방이 나와 있다. 대통령의 공개 발언이 정교해져야 하고, 인사는 널리 구해야 하며, 쓴소리에 귀를 열어야 하고, 야당과의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언론에 장관들만 보이고 대통령은 안 보인다는 얘기가 나와도 좋다”고 했는데, 장관뿐 아니라 청와대 참모들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여권에서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이 뭐 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할 정도라면 정상은 아니다. 윤핵관은 자중하고, 대통령실과 장관들은 좀 더 몸을 던져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국정 시스템을 정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