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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한국판 엔비디아’ 나올까…KT도 AI반도체 투자 본격화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1 AIoT 국제전시회’에 SK텔레콤의 AI반도체 사피온이 전시돼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1 AIoT 국제전시회’에 SK텔레콤의 AI반도체 사피온이 전시돼 있다. [뉴스1]

150조 원 규모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주도권 경쟁에 국내 기업들이 속속 가세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기존 반도체 기업부터 SK텔레콤·KT·네이버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까지 모두 미래 두뇌 설계에 뛰어들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무슨 일이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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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6일 국내 AI반도체 스타트업인 리벨리온에 300억원을 투자하고 관련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체 AI반도체 기술역량을 확보해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으로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KT가 AI인프라 기업에 투자한 것은 지난해 10월 AI 인프라 솔루션 기업 모레(40억원)에 투자한 이후 두번째다.
구현모 KT 대표는 “AI 반도체는 대한민국의 차세대 먹거리가 될 수 있는 핵심 영역"이라며 "국내 AI반도체 선두주자인 리벨리온이 KT와 협업을 통해 엔비디아와 퀄컴과 같은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KT가 AI반도체에 투자하는 것은 클라우드 사업 빅픽처와 연관이 크다. KT는 자체 AI 인프라에 모레의 AI반도체 구동 소프트웨어, 리벨리온의 AI반도체 설계 역량을 융합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천장 규모의 ‘GPU팜’클라우드 서버를 구축하고 내년에는 자체 개발한 AI반도체를 여기에 접목한다. AI전용 반도체가 적용되면 기존 반도체 대비 더 저렴하고 성능 높은 AI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진형 KT 전략기획실 팀장은 “국내 최초이자 순수 국내 기술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제공하는 AI 풀스택 사업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KT는 이번 300억 원 규모 전략 투자로 공동창업자를 제외한 가장 큰 투자사가 됐다. 지분율은 비공개다. 2020년 창업한 리벨리온은 주문형 반도체(ASIC) 설계 등에 강점을 가진 AI반도체 팹리스 기업이다. 우수한 개발인력과 설계 경쟁력을 인정받아 설립 1년 차에 200억원 규모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데 이어 지난달엔 62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 파빌리온캐피탈을 비롯해 KDB산업은행, 카카오벤처스 등이 투자했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AI반도체 분야는 기존 반도체 산업과 비교해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비교적 크다”며 “칩셋 외에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와 인력 양성에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게 왜 중요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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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는 미래 두뇌로 불린다. 현재 AI 서비스 개발을 위한 컴퓨팅 인프라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GPU가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AI반도체는 AI 연산에 특화된 성능과 높은 전력 효율을 갖추고 있어 GPU의 대체재로 꼽힌다. 엔비디아, 인텔, AMD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개발에 뛰어들었으며 IBM,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도 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업계에선 로봇, 자율주행 등 AI서비스가 본격화하면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AI반도체 시장 규모는 올해 326억1000만달러(약 42조5560억원)에서 2030년 1179달러(약 154조1540억원) 규모로 약 4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상황은

●정부는 2020년 10월 ‘인공지능 반도체 산업 발전 전략’을 마련하고 AI반도체를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SK텔레콤의 경우 2017년 자체 AI반도체 개발을 선언했고 2020년 11월 AI반도체 사피온X220을 선보였다. 지난해 말에는 사내 반도체 사업부문을 계열사 사피온코리아로 독립시켰다.

●네이버는 국내 AI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2019년 DSC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등과 80억원을 투자했고 지난해에는 다른 기관 투자자들과 함께 800억원의 후속 투자를 집행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세계 최초로 AI 엔진을 탑재한 지능형 반도체를 개발했다. SK하이닉스도 메모리 분야 AI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은 “AI반도체 분야는 핵심 기술을 개발해 표준화 헤게모니를 잡는 곳이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며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10~20년을 내다보는 과감한 인수합병(M&A)과 기술개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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