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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낄끼빠빠 AI' 만든다"는 KT…초거대 AI 경쟁력 키울 무기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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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명의자분 성함과 생년월일 확인해도 될까요?”
통신사 고객센터 상담사의 단골 질문이다. 지난 19일 KT가 공개한 초거대 인공지능(AI)에 이 질문을 입력하자 의미가 유사한 문장 100여 개가 나타났다. 어순이나 동의어를 능숙하게 변주해가며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AI 전화 상담사의 초기 버전이다.

KT 융합기술원 AI2XL연구소 배순민 소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융합기술원에 열린 〈9회 KT 디지코 스터디〉에서 ‘KT AI 2.0’ 연구 방향성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KT]

KT 융합기술원 AI2XL연구소 배순민 소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융합기술원에 열린 〈9회 KT 디지코 스터디〉에서 ‘KT AI 2.0’ 연구 방향성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KT]

무슨일이야

이날 KT는 서울 서초구 KT 융합기술원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AI 2.0 연구비전을 발표했다. KT가 연구 중인 초거대 AI도 이날 처음 공개됐다. 초거대 AI란 대용량의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종합적인 추론을 할 수 있는 차세대 AI. KT의 초거대 AI는 110억 개의 파라미터(parameter, 매개변수)로 훈련받았다. 파라미터란 AI 모델의 성능과 데이터 처리 용량을 가늠하는 단위로, 그 수가 클수록 AI의 지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게 왜 중요해

통신을 넘어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을 꿈꾸는 KT에 AI는 ‘효자 사업’이다. KT의 지난 1분기 AI 신사업 부문 매출은 107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0.7% 급성장했다. AI 콜센터(AICC)와 AI 로봇 등에서 대형 사업을 수주하며 실적에 반영됐다. 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선 초거대 AI라는 무기가 필요하다.

유망 시장인 만큼 국내외 기술 경쟁은 이미 치열하다. 통신업계에선 SK텔레콤이 지난 16일 한국어 기반 AI 비서 서비스 에이닷을 공개했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해 5월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파라미터 2040억개)를 공개했고, 이후 카카오의 코지피티(KoGPT, 300억개)·민달리(14억개), LG의 엑사원(3000억개)도 잇따라 공개됐다. 2020년 글로벌 AI 연구재단 오픈 AI가 GPT-3(1750억개)로 경쟁에 불을 붙인 이후 1년도 안돼 GPT-3를 넘어서는 초거대 AI들이 줄줄이 나타났다.

KT, AI로 뭘 할 건데?

KT는 융합기술원 산하에 AI 연구조직 AI2XL를 두고 초거대 AI를 준비 중이다. 사람처럼 눈치 빠르게 말하고 반응하는 AI를 지향한다. 하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AI 콜센터, AI스피커, AI로봇, 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C-ITS) 등에 AI를 결합해 사업성을 키울 예정이다. 

● 눈치 빠른 AI : 이날배순민 AI2XL 소장은 “KT는 비욘드 AI(beyond AI), 즉 기존 AI의 차원을 넘는 넥스트 레벨의 AI 개발이 목표”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컨셉은 ‘공감하는 AI’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나 편리함을 위해서보다는, 사용자를 위로해주고 어려움에 공감하는 AI다. 공감의 핵심은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는)’다. 배순민 소장은 “AI가 상대방을 이해해서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인문·심리학적 고찰도 하고, 눈치도 있는 AI 구현이 목표”라고 말했다. KT는 현재 110억개인 초거대 AI 파라미터 수를 향후 2000억 개 이상으로 확장해 초거대 AI 수준을 높일 계획이다 .

KT 융합기술원 KT 융합기술원 Large AI 기술개발 Project 서영경 전임연구원이 Large AI 패러프레이징 기술 활용해 대화록을 요약하는 시연을 진행하고 있다.

KT 융합기술원 KT 융합기술원 Large AI 기술개발 Project 서영경 전임연구원이 Large AI 패러프레이징 기술 활용해 대화록을 요약하는 시연을 진행하고 있다.

● 사람 입·귀·눈 가진 AI : 눈치가 있으려면 사람처럼 읽고 듣고 말하고, 생각해야 한다. KT는 이날 언어지능, 청각지능, 시각지능 등 인간의 신체 능력으로 통용되는 초거대 AI 기술 일부를 공개했다. 같은 의미를 여러 문장으로 표현하며 스스로 학습할 뿐 아니라, 긴 대화 내용을 빠르게 파악해 한 줄로 요약해냈다. 서영경 KT 전임연구원은 “초거대 AI를 통해 AI 상담사가 상담 내용을 이해하고 응대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각지능에선 ‘E2E(End to End) 음성인식’ 기술을 통해 말을 텍스트로 바꾸는 걸 넘어 맥락을 파악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한동훈’을 말하니 바로 ‘법무부 장관’이라고 AI가 문장을 바로 이어가는 식이다. 또 도로교통 폐쇄회로(CC)TV 영상으로 자동차·트럭·버스·보행자 등을 구분해 인식하고, 사람의 춤 동작도 인식했다.

KT의 초거대 AI 경쟁력은? 

KT 융합기술원 AI2XL연구소 XR 미디어기술 Project 최영주 책임연구원이 ‘KT 리얼댄스’에 활용된 동작인식 AI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KT]

KT 융합기술원 AI2XL연구소 XR 미디어기술 Project 최영주 책임연구원이 ‘KT 리얼댄스’에 활용된 동작인식 AI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KT]

자유롭게 인간과 대화하고 관계를 발전시키는 AI, 모든 AI 기술 기업들의 꿈이다. 이제 갓 초거대 AI 모델을 공개한 KT로서는 갈 길이 멀다. 실제 이날 KT의 음성인식 시연에선 유튜브 뉴스 영상을 텍스트로 변환할 경우 ‘기자’를 ‘기제’로, ‘취재’를 ‘추재’로 바꾸는 등의 오타가 다수 나왔다.

KT는 통신사로서 가진 자산을 활용해 후발주자로서 약점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통신과 IPTV 사업으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기술을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것. 배순민 소장은 “KT는 많은 AI 기술을 이미 실생활에 적용해 고객에게 판매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며 “AICC, 기가지니, 모빌리티 등에서 닦은 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단계 높은 AI 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더 알면 좋은 것 

초거대 AI는 KT표 메타버스인 ‘지니버스’의 핵심 기술이기도 하다. 지니버스는 IPTV 기반의 홈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메타버스를 지향한다. 가상의 공간에서 놀이를 하거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중점을 둔 네이버 제페토나 SK텔레콤 이프랜드 등과 달리 AI를 기반으로 일상 속 기록을 데이터화해 생활에 편의를 더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배순민 소장은 “지니버스에 AI 기술을 넣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대화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NPC(Non Player Character)도 지니버스 안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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