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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서만 사던 '맥'이 왜 올영에? 명품이 콧대 꺾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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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올리브영이 진행한 대규모 할인 행사 ‘올영세일’ 첫날, 미국 뷰티 브랜드 ‘어반디케이’의 올나이터 세팅 픽서 1+1 기획 상품이 일매출 순위 1위에 올랐다. 같은 날 미국 메이크업 브랜드 ‘맥’의 아이 섀도 기획 상품도 5위권 안에 올랐다. 백화점 1층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프리미엄 브랜드가 올리브영의 매출 상위권에 드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4월 29일 새단장해 오픈한 올리브영 부산광복타운점의 프리미엄 존. [사진 CJ 올리브영]

지난 4월 29일 새단장해 오픈한 올리브영 부산광복타운점의 프리미엄 존. [사진 CJ 올리브영]

백화점 1층만 고집하던 프리미엄 화장품의 유통 채널이 변화하고 있다. 길거리 매장을 중심으로 하는 CJ올리브영과 같은 뷰티 스토어는 물론 카카오톡 선물하기, 온라인 뷰티 전문관 등으로 다각화하는 추세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소비 시장에서 존재감이 커진 MZ세대를 잡기 위해서다. 국내 뷰티 시장이 더는 백화점, 1층, 명품 화장품 위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환경의 변화에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트렌드를 발 빠르게 캐치한 신제품을 앞다퉈 출시하면서 젊은 신규 고객을 흡수하고 있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프리미엄 화장품 유통의 주요 채널이었던 면세점의 타격이 컸던 것도 이유다. 한 명품 화장품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에서 ‘한국 MZ 고객 잡기’ 특명이 내려왔다”며 “업계 내에서도 기존 판매 채널을 고수하기보다 브랜드 이미지에 크게 타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채널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면세점 지고, 올리브영 뜨고

최근 프리미엄 화장품 업계가 주목하는 플랫폼은 올리브영이다. 올리브영은 지난 1월 멤버십 회원 10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중 60%가 2030세대다. 글로벌 본사 특명인 MZ고객 잡기에 가장 효과적인 채널로 평가받고 있다. 올리브영 또한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 발굴을 넘어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유치 및 세일즈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뷰티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면세를 제외한 국내 뷰티 시장에서 올리브영 점유율은 2018년 1분기 8%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14% 증가했다.

이달 초 진행된 올리브영 세일 행사 '올영세일'에서도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사진 CJ올리브영]

이달 초 진행된 올리브영 세일 행사 '올영세일'에서도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사진 CJ올리브영]

올리브영은 지난 2019년 온라인몰에 프리미엄관을 처음 열었다. 화장품 라인업 확대 차원이다. 이후 고객 니즈를 반영해 대형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화장품 존을 확대해 에스티로더, 베네피트, 맥 등 기존 백화점 유통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프리미엄 화장품에 대한 고객 반응도 긍정적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6월 7일까지 프리미엄 화장품 매출은 온라인몰 프리미엄관 신설 첫해인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16%, 입점 상품 수는 40% 증가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프리미엄 화장품 업계에서는 올리브영의 ‘오늘드림’ 등 3시간 내 퀵 배송 서비스에도 관심이 많다”며 “오프라인 위주의 기존 채널에서 만족시키기 어려웠던 배송 서비스 등은 2030 고객이 특히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에서 먼저 공개

지난 3월 발렌티노 뷰티는 이태원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를 통해 브랜드 론칭을 알린 후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첫 번째 판매 채널로 선택했다. 팝업 매장 이후 지난달 25일 잠실 롯데백화점에 공식 매장이 생기기 전까지, 소비자들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만 발렌티노 뷰티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지난해 6월 샤넬도 100주년 기념 에디션 향수의 유일한 비대면 판매 채널로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선택했다.

지난 3월 국내 론칭한 발렌티노 뷰티. 당시 오프라인 팝업 매장 외에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유통 채널로 낙점했다. [사진 발렌티노 뷰티]

지난 3월 국내 론칭한 발렌티노 뷰티. 당시 오프라인 팝업 매장 외에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유통 채널로 낙점했다. [사진 발렌티노 뷰티]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가 새롭게 공략하는 중요 유통 채널 중 하나다. 신제품을 이곳에서만 단독 공개하거나, 아예 브랜드 선 론칭의 채널로 선택하는 추세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뷰티 카테고리에는 명품 화장품이라는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는 샤넬·입생로랑·구찌 뷰티·발렌티노 뷰티·아르마니 등의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내 뷰티 제품 매출도 매년 성장세다. 거래액 기준 2020년에는 전년 대비 109%, 2021년에는 66% 성장했다.

백화점은 뷰티 플랫폼으로 맞불

백화점 업계는 뷰티 전문 플랫폼으로 이 같은 추세에 대응하고 있다. 온라인 중심으로 쏠리는 MZ 뷰티 고객들을 잡겠다는 복안이기도 하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4월 프리미엄 화장품 전문관 ‘온앤더뷰티’를 열었다. 버티컬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힌 뒤, 경쟁력을 갖춘 특화 상품 전문관으로 프리미엄 화장품을 먼저 선택한 것이다.

롯데온은 지난 4월 12일 프리미엄 뷰티 전문관 '온앤더뷰티'를 론칭했다. [사진 롯데쇼핑]

롯데온은 지난 4월 12일 프리미엄 뷰티 전문관 '온앤더뷰티'를 론칭했다. [사진 롯데쇼핑]

온앤더뷰티에는 약 80여개 명품 뷰티 브랜드를 포함해 약 3000여개 뷰티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와 협업해 선 출시, 단독 구성 등 차별화 상품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 화장품 선물 수요가 많은 점을 고려한 ‘선물하기’도 도입했다. 인기 상품, 상황별 테마, 배송 시간 등으로 나눠 상품을 제안하고, 백화점 선물 포장을 적용한 배송 서비스도 한다.

진정임 뷰티 전문 컨설턴트(전 뷰티스트림즈 대표)는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의 유통 다각화는 한국만의 얘기는 아니다”며 “미국에서도 세포라만 고집하던 명품 화장품들이 대중 유통 채널인 얼타·타겟까지도 진입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유통 지형이 바뀌었고, 온라인을 선호하는 MZ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각되면서 나타난 변화”라며 “MZ세대 공략이라는 표면적 이유 외에도 기존 유통처의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매출 압박도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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