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北 SRBM 8발 쏘자, 한·미도 똑같이 SRBM 8발로 받아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ㆍ미가 6일 북한의 미사일 무력 시위에 미사일 무력시위로 맞받아쳤다. 북한이 전날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8발을 쏜 데 대해 한ㆍ미도 정확히 8발의 SRBM을 발사했다. 북한의 도발 수위에 비례해서 대응하겠다는 팃포탯(Tit-for-tat) 전략이다. 한ㆍ미는 북한의 제7차 핵실험 이전까지는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합동참모본부는 5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도발에 대응해 6일 새벽 4시 45분부터 약 10분간 연합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총 8발을 동해상으로 사격했다고 발표했다. 합참

합동참모본부는 5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도발에 대응해 6일 새벽 4시 45분부터 약 10분간 연합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총 8발을 동해상으로 사격했다고 발표했다. 합참

이날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4시 45분부터 10여 분간 한ㆍ미는 단거리탄도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ㆍ육군 전술 유도탄 체계) 8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에이태큼스는 사거리는 300㎞의 미사일이다. 탄두에 900개 넘는 자탄이 들어있다. 단 한 발로 축구장 3~4개 크기 지역을 초토화할 수 있다. 한국군이 7발, 미군이 1발이었다.

합참은 “도발 원점과 지휘·지원 세력에 대해 즉각적으로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전날 북한이 각기 다른 미사일을 발사했던 장소 4곳을 상정해 벌인 훈련이라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현충일 추념사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고도화되고 있다. 어제(5일)도 여러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우리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인도ㆍ태평양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는 “한ㆍ미동맹은 한반도와 인도ㆍ태평양 전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헌신하고 있으며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은 철통 같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추념사를 통해 “우리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추념사를 통해 “우리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단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는 없었다. 최근 미 공군의 장거리 폭격기인 B-1B 4대가 괌 앤더슨 기지에 도착했고, 스텔스 전투기인 F-22 12대와 F-35 12대가 각각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와 이와쿠니 기지에 전개됐다. 한ㆍ미는 지난달 21일 정상회담에서 전략자산의 적시 전개와 연합훈련의 범위와 규모 확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익명의 정부 소식통은 “한ㆍ미가 북한의 행동에는 행동으로 보여주되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는 수준으로 하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당분간 상대방의 행동에 똑같이 따라해 되갚는 팃포탯 전략으로 나가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한ㆍ미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레드라인으로 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지난 3월 24일 북한이 5년 만에 ICBM을 쏘면서 레드라인을 넘어섰는데도, 한반도에서의 전략자산 전개나 대규모 연합훈련은 미정인 상황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한ㆍ미가 북한에 제7차 핵실험의 명분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북한이 핵실험을 저지르면 전략자산 전개와 대규모 연합훈련 카드를 꺼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준비를 마친 상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령만 있으면 단시일 안에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군사적 조처 등 한ㆍ미의 대북 압박을 핵실험의 핑계로 삼으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로선 한·미가 북한에 빌미를 주지 않으려 하면서 북한의 수를 주시하는 형국이다. 전경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중국ㆍ러시아란 든든한 뒷배를 무기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신경이 곤두선 미국은 북한을 상대해 시선을 분산할 여력이 많지 않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단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 교수는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등 한·미의 맞불은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북한에 과거와 달라졌다는 메시지를 충분히 줘 핵ㆍ미사일의 실제 사용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