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 특별초청자 ‘국민희망대표’ 20인에 매년 1억 원씩 10여년간 익명의 기부를 한 대구 '키다리 아저씨'가 포함됐다.
주인공은 올해로 74세를 맞은 키 172㎝의 노신사 박무근 미광전업㈜ 대표다. 그는 2012년 1월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 익명으로 1억 원을 전달하며 첫 나눔을 시작한 후 2020년 12월까지 10여년간 모두 10차례 10억3500여만 원을 익명으로 기부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식에 부인과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매년 평균적으로 1억 원 이상을 기부했지만 형편이 넉넉하지 않을 때는 ‘금액이 적어서 미안합니다. 나누다 보니 그래요’라고 적힌 메모를 적어 수표와 함께 내기도 했다. 2020년 12월에는 "스스로와의 약속인 10년의 (익명) 기부를 마무리한다"는 내용의 메모와 함께 5000여만 원을 마지막으로 전달했다.
그는 익명의 기부를 하는 동안 공동모금회 측이 제안한 감사 표창을 계속 거절하기도 했다. "세상에 기부 사실을 알리자"는 설득에도 손사래를 쳤다. 공동모금회 직원들은 “표시를 낼 만도 한데 정말 이웃만 도우려 하신다”고 했다.
이렇게 대구 키다리 아저씨는 2020년 12월을 끝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월 22일 오후 2시 대구시청 별관에 부인 김수금(71)씨와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이번엔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이름을 올리면서다. 당시 대구에서 200·202번째 회원이 된 키다리 아저씨 부부는 가입식이 열린 날짜와 시간 등에 맞춰 202,222,220원(2억222만2220원)을 기부했다. 아너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만든 고액기부자 클럽이다. 회원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1억 원 이상을 일시·누적으로 기부하거나 5년 안에 1억 원 기부를 약정해야 한다.
부부는 공동모금회 측에 "숫자 2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나눔을 한 이 시간 자체가 평생에 다시 돌아오지 않는 특별함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기부액을 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가 발생한 지 3년에 접어들면서 어려운 이웃들이 많이 생긴 것으로 안다”며 “코로나로 힘든 이웃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할 때도 자신이 대구 키다리 아저씨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러다 주변에 하나둘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지난 4월 언론 등을 통해 키다리 아저씨로 소개됐다.
그는 4일 중앙일보에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서 오랫동안 기부를 해온 것"이라며 "익명으로 한 것은 전기자재 유통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 괜한 오해를 사기 싫었고, 조용히 이웃을 돕는 게 좋겠다는 가족의 뜻이 있어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상에 알려진 만큼 저를 통해 이웃을 돕고 챙기는 나눔 문화가 우리 사회에 더 퍼질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박 대표는 2019년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원을 기부,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에 50년 전 고인이 된 아버지(故 박태조)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또 2001년 기부를 위한 통장을 별도로 개설해 21차례 통장을 교체해가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매월 100여만 원 정도를 나눴는데, 최근에는 매월 700만 원 정도의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