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전쟁, 국힘 “선방” 민주 “재앙”…결국 한동훈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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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1기 내각 인사청문회가 우여곡절 끝에 반환점을 돌았다. 하지만 여야 반응은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힘 측은 4일 “청문회만 놓고 보면 선방의 연속”(당 관계자)이라고 자평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청문회가 아니라 불법 전시장”(박홍근 원내대표)이라고 날을 세웠다. 여야의 청문회 성적표는 결국 9일 열리는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를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도 청문회는 진행되고 있다. 일부 파행(이상민 행정안전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이 있었지만 4일 오후 4시 현재 후보자 9명의 청문회가 매듭지어졌다. 이날 진행 중인 이종섭 국방부, 조승환 해양수산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별 탈 없이 종료되면 ‘방석집 논문심사’ 논란 끝에 낙마한 김인철 전 교육부장관 후보자를 제외한 18명 중 12명의 청문회가 끝난다.

국힘 “당 지지율 보라. 청문회 아킬레스건 아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증인들의 답변을 듣고 있다. 한 후보자의 청문회는 이날 파행 없이 종료됐다. 김성룡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증인들의 답변을 듣고 있다. 한 후보자의 청문회는 이날 파행 없이 종료됐다. 김성룡 기자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내부에는 예상보다 순탄하게 청문회 정국을 돌파하고 있다는 고무된 반응이 쏟아졌다. 당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이 사회적 물의를 빚을 만한 발언 실수를 한 적도 없고, 새롭게 부각된 의혹들도 없다시피 하다”고 말했다. 정호영 후보자의 자녀 의대 편입 논란 등 기존에 알려진 의혹이 재탕됐을 뿐, 대부분 청문회가 싱겁게 끝났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상승세, 민주당은 하락세인 각종 여론조사 흐름만 봐도 후보자 논란이 아킬레스건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청문회가 3일 종료되자 이런 낙관적인 평가가 부쩍 늘었다. 김형동 수석대변인은 이날 라디오에서 “한 후보자가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되거나, 실정법을 위반한 것도 없었고 ‘한방’이란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 청문회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진 것은 맞지만, 한때 정치권에서 ‘한덕수 낙마설’까지 돌던 것을 생각하면 무난하게 청문회가 끝났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몇몇 후보자들의 청문 보고서가 조기에 채택된 것도 청신호로 보고 있다. 현재 민주당이 동의해 청문 보고서가 채택된 후보자는 추경호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다. 민주당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후보자에 대해서도 채택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 한덕수·정호영·한동훈·원희룡에 ‘부적격 딱지’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네 번째)과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 후보자가 제출한 아들의 MRI 자료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네 번째)과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 후보자가 제출한 아들의 MRI 자료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자녀들의 의대 편입과 아들의 병역 논란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자녀들의 의대 편입과 아들의 병역 논란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반면 민주당은 “정권 출범 전부터 인사 참사와 재앙이 시작됐다”(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고 날을 세웠다. 윤 위원장은 “김인철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불법과 특혜, 비리로 점철된 인사로 내각을 꾸린 윤 당선인의 자업자득”이라며 “결격 사유가 주렁주렁 달린 후보자들이 수두룩하다”고 공격했다.

특히 몇몇 후보자에 대해서는 실명을 거론하며 부적격자 딱지를 붙였다. 윤 위원장은 “한덕수 후보자는 국민에게 이미 퇴장 판정을 받았고 실격 1순위”라며 “‘특권 끝판왕’ 정호영, ‘검찰 소통령’ 한동훈, ‘법카(법인카드) 농단’ 원희룡 등은 모두 국민 퇴장 명령을 따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오섭 대변인도 같은 날 “한덕수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이해충돌, 전관예우 의혹 등을 해소하려 애쓰기는커녕 뻔뻔할 정도로 당당한 태도로 공정과 상식의 경계마저 무너뜨렸다”고 공세를 폈다.

국힘 “한동훈 방어 올인” 민주 “낙마 0순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9일로 예정된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는 한 후보자의 방어에 올인하겠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한 후보자는 낙마 0순위"라고 벼르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9일로 예정된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는 한 후보자의 방어에 올인하겠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한 후보자는 낙마 0순위"라고 벼르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의 시선은 이미 9일로 예정된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청문회에 쏠려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청문회 전쟁의 승패는 한동훈 후보자 청문회장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한 이상, 한 후보자 임명은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고 말했다.

당내에는 정호영 후보자는 적극적으로 엄호하지 않고, 한 후보자 방어에 올인하는 ‘선택과 집중’의 기류도 감지된다. 당 4선 의원은 “정 후보자에 대해서는 당내에 부정적인 반응이 꽤 있지만, 한 후보자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반면 민주당은 한동훈 후보자를 ‘낙마 0순위’로 삼고 벼르고 있다. 당 지도부는 한덕수 후보자의 청문 보고서를 바로 채택하지 않고, 한동훈 후보자와 연계시켜 대응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국민의힘 측이 한동훈 후보자를 밀어붙인다면, 한덕수 후보자에 대한 미동의를 각오하라는 시그널이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이날 “혼자 세상의 정의를 다 가진 척하며 뒤로는 편법 증여와 위장 전입을 일삼았다”고 한동훈 후보자를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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