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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반박 "검수완박 아닌 협업…위헌으로 보기 어렵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수사 실무상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입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은애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은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사권 ‘박탈’이란 표현은 맞지 않다”며 “해외사례를 보더라도 수사권한은 경찰이, 기소권한은 검찰이 나눠 갖는 게 맞다. 기능적으로 연계해 협업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관계자들이 드나들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검찰청법 개정안에 이어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까지 일명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이 처리돼 경찰의 역할이 대폭 확대된다. 이에 따라 경찰은 수사 역량 강화와 수사 지연을 막아야 하는 과제 역시 떠안게 됐다. 경찰은 인력과 예산 확충, 시스템 보완 등을 통해 수사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뉴스1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관계자들이 드나들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검찰청법 개정안에 이어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까지 일명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이 처리돼 경찰의 역할이 대폭 확대된다. 이에 따라 경찰은 수사 역량 강화와 수사 지연을 막아야 하는 과제 역시 떠안게 됐다. 경찰은 인력과 예산 확충, 시스템 보완 등을 통해 수사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뉴스1

“검수완박법, 위헌으로 보기 어려워”

이 팀장은 ‘검수완박’이 일종의 프레임이라는 취지로 위헌 소지 주장에 반박했다. 그는 “경찰 사건은 검사한테 100% 통제를 받는데, 그 통제 장치는 하나도 안 바뀌었다”며 “그래서 검수완박이란 표현보단 우리나라 수사 총량 중에 (검찰의) 통제를 받는 수사가 더 늘어난다는 프레임이 맞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이른바 검수완박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위헌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팀장의 설명과 전날 경찰청 내부망에 올라온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설명자료를 바탕으로 경찰의 입장을 정리했다.

①대통령령에서 검찰 수사권 축소범위 특정

경찰은 구체적으로 수사 총량이 얼마나 증가할지는 검찰청법에 대한 대통령령 개정 작업을 지켜봐야 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청법 제4조 1항은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를 기존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에서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수정했다. “대통령령에서 정한다”고 했기 때문에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결과에 따라 검찰의 수사 개시권 축소범위가 특정될 것이란 취지다. 이 팀장은 “현재 부패범죄가 11개 목으로 돼 있고 경제범죄는 17개 목으로 정확히 규정돼있다”며 “종류가 넓혀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법 개정 취지는 줄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검찰이 직접 수사한 사건이 1만건인데, 이 중 부패ㆍ경제범죄가 가장 많을 것으로 본다”며 “6대 범죄는 4000건이라고 하는데, 4000건이 (경찰로) 온다 한들, 수사 경찰이 3만명이라 1인당 0.1건 정도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②별건수사 제한 전에도 검찰 기소율 낮아

경찰은 개정 형사소송법이 검사의 별건 수사를 제한했지만, 기존 수사 실무와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종전에도 이의신청 송치 사건에 대한 기소율이 높지 않아서다. 형사소송법 196조 2항에 신설된 규정은 ▷시정조치 불이행에 따른 송치사건 ▷체포ㆍ구속장소 감찰에 따른 송치사건 ▷이의신청에 따른 송치사건에 대해서는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검찰의 직접수사를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팀장은 “지난해 시정조치 요구나 체포 감찰로 송치된 건이 하나도 없었고 이의신청한 건을 얼마나 보완수사 할지 여부인데, 지난해 이의신청으로 송치된 사건 중에 검사가 기소한 건 0.14%(약 500건)로 굉장히 적은 숫자”라고 말했다.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관계자들이 드나들고 있다.   뉴스1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관계자들이 드나들고 있다. 뉴스1

③피해자 있는 고발 사건은 이의신청 가능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박탈한 부분이 논란이 되는 것에 대해서도 실제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형사소송법 제245조 7은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권자(고소인ㆍ고발인ㆍ피해자) 에서 고발인을 제외했다.

경찰은 설명자료에서 “피해자가 있는 고발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직접 또는 대리인(변호사 등)을 통해 이의신청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피해자가 없는 범죄들, 국가적 법익과 관련된 사건들은 이의신청이 곤란해진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검사의 재수사 요청권은 그대로 남아있다. 그래서 피해자 없는 범죄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검토가 지금보다는 타이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④“경찰 통제장치는 변동 없다”

경찰의 권한 확대로 인한 수사권 남용 우려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는 100% 검사에게 통제받는다”며 “혐의가 있으면 송치하고, 없어도 불송치하면서 사건기록을 보낸다. 재수사 요청도 가능하고 보완수사 요구와 징계 요구도 가능하다. 검사한테 통제를 받는 장치는 하나도 안 바뀌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그는 “수사권 조정 1년 후 경찰이 권한을 남용한 사례는 기억이 안 난다”며 “그렇게 큰 인권침해 사례가 있었다고도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관계자가 드나들고 있다.   뉴스1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관계자가 드나들고 있다. 뉴스1

⑤인력·예산 확충 논의할 TF 조만간 출범

다만 경찰도 ‘사건 처리 기간이 늘어나 국민 피해가 발생한다’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인력 등 인프라 확충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해 사건당 평균처리 기간은 검경수사권 조정 이전의 55.6일(2020년)에서 8.6일 늘어난 64.2일이었다. 고소·고발 사건은 형사소송법 기한(3개월)에 임박한 87일이었다.

이 팀장은 “인력보정이 충분히 안 된 부분이 있었다”면서 “책임수사체계를 구축하면서 심사도 늘었고 결재 라인이나 검토 과정이 빡빡해졌다”고 분석했다. 이 팀장은 “수사비도 검찰에 비해 굉장히 예산이 열악하다. TF가 조만간 출범해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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