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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처리 막으려 생긴 안건조정위, 민주당 일방통행로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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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당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1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안건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에 회부하려 했다. 김진표 의원 등 법사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조정위 구성 요구서엔 ‘위장 탈당’ 비판을 받고 있는 민형배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국회법은 조정위 구성 목적을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심사하기 위하여”라고 규정하고 있다. 소수당의 반대에도 다수당이 수적 우위를 내세워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게 하는 게 입법 취지다. 하지만 20·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취지와 다르게 ‘숙려’가 아닌 ‘속전속결’을 위해 조정위를 활용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는 민주당이 조정위 구성을 요구했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부정 입학 의혹이 제기되던 딸 조민씨 등 조 전 장관 가족을 청문회 증인으로 신청하자 이에 대한 맞불 성격이었다. 야당이 가족 증인을 계속 요구할 경우 청문회를 지연시키겠다는 복안이었다. 조정위는 활동 기간이 최장 90일이다. 다만 당시 민주당은 바른미래당의 요구로 계획을 철회했고, 실제 조정위는 열리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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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과 달리 이번 민주당의 조정위 구성 요구는 소위원회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소위는 관례상 합의를 거쳐 만장일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 여야 합의가 안 되면 법안 통과가 어렵다. 반면에 조정위는 위원 6명 중 4명의 찬성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위원 6명 중 3명은 다수당이, 나머지 3명은 그 외 정당이 맡는다. 다수당 입장에서는 야당 또는 무소속 의원 1명만 찬성해 줘도 법안이 통과되는 것이다. 민형배 의원이 탈당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19년 정치개혁특위에서 다뤘던 연동형 비례대표제 처리 때도 조정위가 가동했다. 당시 한국당은 법안에 반대하며 조정위 구성을 요청했지만, 막상 조정위가 구성되자 민주당 의원 3명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찬성으로 법안은 통과됐다.

21대 국회에선 민주당 위성정당에 해당하는 열린민주당에 의해 ‘조정위 속전속결’이 이어졌다. 지난해 문체위 조정위에선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교육위 조정위에선 사학법 개정안이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두 의원 모두 현재는 민주당 소속이다. 환노위 조정위에선 민주당에서 제명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찬성으로 탄소중립법 제정안이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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