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 돈바스 장악 준비…우크라 "당장 떠나라, 도울 방법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5일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한 기차역에 대피하려는 주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5일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한 기차역에 대피하려는 주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금 당장, 무조건 대피하라. 죽음의 위협이 직면하면 그땐 우리가 도울 방법이 없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가 6일(현지시간) 현지 방송을 통해 동부 돈바스 지역과 하르키우 주민들에게 즉각 대피할 것을 다급하게 촉구했다. 러시아군이 조만간 군대를 재편해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세리히 가이다이 루한스크주 주지사도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아직 안전할 때, 기차와 버스가 있을 때 최대한 빨리 대피하라"고 호소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도네츠크 지역의 철로를 파괴하고 있다"면서 대피에 서두를 것을 촉구했다. 이에 돈바스 주민 수천 명이 서둘러 피난길에 올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러시아군은 이미 루한스크 외곽 일부 지역에서 거센 포격을 시작하며 점령 범위를 넓혀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이다이 주지사는 "루한스크주 서북부 도시 루비즈네의 약 60%는 러시아군에 장악된 상태"라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6일 루한스크주 포파나야에 있는 다층건물 10곳에도 그라드 다연장 로켓포 공격을 퍼부었다.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민가가 러시아군 포격으로 불타고 있다. [AF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민가가 러시아군 포격으로 불타고 있다. [AFP=연합뉴스]

같은 날 도네츠크주에서도 러시아군의 공습이 이어졌다. 주민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장소가 공습 타깃이 돼 민간인이 최소 2명 사망하고 5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돈바스 서쪽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에 있는 연료저장소 1곳과 공장 1곳도 러시아군 포격을 받았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밝혔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완전한 해방에 주력하겠다고 밝혔고, 수도 키이우 등지에서 병력 철수가 시작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6일 "돈바스를 '해방'하는 것이 크렘린궁의 목표"라면서 "러시아군은 동부에서 새 공격을 단행하기 위해 지속해서 병력을 증강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군도 전투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군이 다음 목표가 도네츠크주의 북부 도시 슬로뱐스크가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슬로뱐스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를 완전히 장악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올렉시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회의(NSC) 의장은 6일 "대규모 러시아 병력이 이 지역으로 집결하고 있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격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6일 돈바스 일대에 긴급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면서 주민 수천 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AFP=연합뉴스]

6일 돈바스 일대에 긴급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면서 주민 수천 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AFP=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철수시킨 대규모 병력을 동부 지역에 재배치 중인 정황은 미국 국방부에 의해서도 확인됐다. 이날 익명의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NYT에 "러시아군은 수도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등 북부 전선에 배치한 모든 병력을 철수시킨 뒤 동맹국인 벨라루스에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동부로 재배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가 수 주 안에 우크라이나 동부 최전방에 병력 수천 명을 파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3일 우크라이나 해군이 아조우해 베르단스크 항구에 정박 중인 러시아 군함 '오르스크호'를 격침시킨 것으로 인해, 돈바스 지역에서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군의 계획에 차질을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6일 보도했다. 미 해군 6함대 사령관을 역임한 제임스 포고 전 제독은 "러시아군이 병참에 큰 타격을 입었고, 미사일 및 포 공격도 제한됐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