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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 “기업 성장 방해요소 없애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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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1일 경제 6단체장을 만나 “기업이 더 자유롭게 판단하고 자유롭게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게 제도적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사무실 4층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을 만나 도시락으로 오찬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회동은 당초 예정됐던 90분을 훌쩍 넘겨 148분간 진행됐다.

윤 당선인이 오찬에서 강조한 것은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윤 당선인은 특히 ‘(기업) 방해 요소 제거’를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기업을) 도와드리기도 쉽지 않은 일이고,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해 나가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정부가 해야 할 일도 기업과 경제활동의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고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으로 전했다.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기탄없이 의견을 전해 달라”며 단체장과 직접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언제든 이들과 통화할 수 있는 ‘핫라인’을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실시간으로 재계 의견을 수렴해 경제·산업 정책을 챙기겠다는 의미다.

윤 당선인, 재계 만난 뒤 “신발 속 돌멩이 같은 규제 빼내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오전 서울 통의동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에 앞서 손경식 경총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오전 서울 통의동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에 앞서 손경식 경총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기문 회장이 이에 “이명박(MB) 전 대통령 때도 핫라인이 있었으나 (기업인들이) 전화를 잘 안 했다”며 “광우병 사태 때는 직접 연결이 안 됐고, 나중에야 (대통령에게) 전화가 걸려왔지만 (편안한 분위기가 아니어서) 할 말이 없었다”고 옛 일화를 전했다. 그러자 윤 당선인은 “시간이 있을 때 꼭 다시 전화를 걸 것”이라고 답했다.

윤 당선인은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민간주도성장’를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변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이제는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경제가) 탈바꿈해야 한다”며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인프라를 만들고 뒤에서 도와드리고, 기업이 앞장서서 일자리를 만들며 투자해 기업이 커가는 것이 나라가 커가는 것 아니겠냐”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경제 성장을 통해 양극화 등 사회문제 해결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득·자산 격차 등 양극화 심화와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고착화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국가의 역동적 혁신성장을 통한 경제 재도약”이라며 “지금은 부모의 지위와 신분이 세습되는 사회로, 이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선 국가 전체의 역동적이고 도약적인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기업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대목도 있었다. 윤 당선인은 “그간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기업 하기 힘드셨겠다는 생각이 안 들 수 없다. (기업이) 해외에 도전하는 것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나 다름없다. 운동복도 신발도 좋은 것 신겨 보내야 하는데, 모래주머니 달고 메달 따오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지적했다.

국내 규제 때문에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은 “새 정부는 여러분이 힘들어했던 부분을 상식에 맞춰 바꾸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경제단체장도 문재인 정부에서 만들어진 경제정책의 변화를 요구했다. 특히 이날 회동에선 중대재해처벌법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허창수 회장은 “안전이 중요하지만, 기업인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손경식 회장도 “중대재해처벌법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고 대신 재해 예방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이에 대해 “(윤 당선인이)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에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진 않았지만 “기업인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법”(지난해 12월)이라며 부정적인 뜻을 피력한 적이 있다.

손 회장은 “일자리 모습이 다양해져 노동자 법제가 대폭 개정돼야 한다. 공권력 집행이 과감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노동 개혁과 노동조합의 불법 파업 등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도 요청했다. 구자열 회장은 “기업이 개별 대응하기 어려운 글로벌 공급망 문제도 각별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건의했다. 최태원 회장은 “진취적 소통 플랫폼 마련, 경제 안보 등을 민관이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 개혁, 연금 개혁과 관련해 윤 당선인은 “꼭 필요한 과제로 중장기적으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찬 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신발 속 돌멩이 같은 불필요 규제들을 빼내 기업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힘껏 달릴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인수위 때 “금강산처럼 아무리 좋은 곳을 구경한다고 해도 신발 안에 돌멩이들이 있어서 걷기 힘들다”며 서민의 애로사항 해결에 정부가 애써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오는 24일 퇴원하는 박 전 대통령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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