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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가 문제냐" 매일 산불 이재민에 100인 도시락 보낸 식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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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에서 이탈리아 음식점을 운영하는 백호현씨가 동해안 일대에 발생한 산불 이재민들에게 제공한 도시락.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캡처]

경북 울진에서 이탈리아 음식점을 운영하는 백호현씨가 동해안 일대에 발생한 산불 이재민들에게 제공한 도시락.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캡처]

이달 동해안 일대에 발생한 산불 이재민들을 위해 매일 100인분의 도시락을 제공한 식당 사장이 “진짜 고생하신 분들은 자원봉사자”라고 밝혔다.

경북 울진에서 이탈리아 식당을 운영하는 백호현씨는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와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도시락을 보냈고, 다음 날부터는 어르신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아서 소화가 잘되게 새우죽, 닭죽, 전복죽 등을 만들어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백씨가 운영하는 음식점은 아내와 직원 2명 등 4명이 일하는 작은 가게로, 식당 메뉴에 없는 도시락을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점심 장사도 사실상 포기했다고 한다.

백씨는 “작은 시골 사회이다 보니까 저희가 직접 산불 자체를 경험하고 있다”며 “솔직히 장사가 문제가 아니라 지금 위에서 고생하시는 분들과 이재민 분들이 있으니까 저희가 바로 만들어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엔 저희가 거의 장사를 접고 계속 만들어서 점심시간에 보내드리든지 아니면 저녁에 필요하시면, 저녁에 보내드리고 있다”며 도시락은 백씨가 직접 전달하거나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백씨는 “(자원봉사자들은) 자기 일을 마치고 나서 저희 가게에 오셔서 음식을 갖다 주시는 건데 하나하나씩 나눠주면 한 4시간 정도 걸린다”며 “그분들이 진짜 고생하시는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이어 그는 “대흥리라는 산골 동네에 제가 직접 도시락을 갖다 드렸는데 80대 이상 어르신 분들이 모여계시더라”라며 “음식을 드리니 손을 꼭 잡아주면서 정말 고맙다고 해주셔서 짠하면서도 기분이 되게 좋았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울진·삼척 산불 주불이 9일 만에 잡힌 가운데 화재 피해가 컸던 울진군 북면 신화2리 가옥들이 불에 탄 채 남겨져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울진·삼척 산불 주불이 9일 만에 잡힌 가운데 화재 피해가 컸던 울진군 북면 신화2리 가옥들이 불에 탄 채 남겨져있다. 연합뉴스

백씨의 집도 산불 피해에서 안전한 건 아니었다. 그는 “저희도 사는 집 앞까지 탔다”며 “저와 동생이 잔불이라도 꺼야겠다 싶어서 불 끄다가 도시락 만들러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백씨는 “뉴스에는 산이 탔다고만 나오는데, 영화처럼 저희가 걸어 다니는 길옆이 타고 있었다”며 “지나가다가 차를 세우고 같이 불 꺼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백씨는 자신의 장사보다는 이번 화재로 집이나 농가를 잃은 분들의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백씨는 “집을 다 잃어버리시거나 농가 등이 다 타버리신 분들은 앞으로 20~30년을 더 고생하셔야 하는데 저희는 그렇게까지는 아니니까 크게 걱정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생업을 포기하고 오셔서 10일 정도 설거지하고 매일 밥 1000~1500인분씩 만드시는 분들이 있다”며 “그분들이 소방관님과 이재민들한테 음식을 다 제공해드렸는데 진짜 고생하셨던 분들은 그분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북 울진·강원 삼척 등에서 발생한 이번 산불은 산림 약 2만ha(헥타르)를 태우고 213시간 만에 꺼졌다. 산림청이 통계를 집계한 1986년 이후 최장 기간이다. 이번 산불로 주택 319채, 농축산 시설 139개소, 공장과 창고 154개소, 종교시설 등 31개소 등 총 643개소가 소실됐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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