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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철회했던 '광화문 대통령' 다시 뜨자…'광화문러' 둘로 갈렸다

중앙일보

입력

“대통령 집무실이 이사 올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광화문 빌딩 숲이 술렁이고 있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겠다는 공약 실행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광화문 직장인들, 일명 ‘광화문러’들이 우려와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금도 교통 통제 지겨운데…”

11일 정부서울청사와 청와대가 한눈에 보인다. 최영재 기자

11일 정부서울청사와 청와대가 한눈에 보인다. 최영재 기자

집무실 이전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교통 문제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직장인 임모(22)씨는 “광화문은 집회가 많아서 다른 출구로 나오거나 다른 역에서 내리는 등 불편이 컸다”며 “교통 통제가 더 심해질 것 같아서 집무실 이전은 반대”라고 말했다. 안모(40)씨는 “코로나19가 끝나고 이전처럼 집회·시위가 활발해지면 더 복잡해질 텐데 대통령 집무실까지 굳이 옮길 이유가 있냐”며 “소통할 의지가 있다면 이미 있는 곳(청와대)에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2월 28일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역 인근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

2월 28일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역 인근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

김모(26)씨는 “취지는 좋지만, 광화문은 점심시간과 퇴근 시간에 직장인 유동인구가 너무 많고 특히 광화문광장 공사가 끝나면 더 많아질 것이라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광화문에 나오면 소통이 되고 청와대에 있으면 소통이 안 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부서울청사는 주변에 고층 건물이 많아 테러 대비가 어렵다는 점 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광화문 대통령’ 공약을 냈다가 현실적인 이유로 2019년 1월 공식 철회했다.

“국민 이웃 되겠다는데 마다할 이유 없어”

 13일 오전 광화문 일대의 모습.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를 시민에게 개방한 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등으로 집무실을 옮기고, 관저는 삼청동 총리공관 등에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13일 오전 광화문 일대의 모습.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를 시민에게 개방한 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등으로 집무실을 옮기고, 관저는 삼청동 총리공관 등에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국민과의 접촉점을 늘리려는 윤석열 당선인의 노력을 응원한다는 시민들도 많았다. 요리사인 윤모(27)씨는 “당선인이 다른 식으로 국정을 운영해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 국민과 이웃으로서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의지를 높게 산다”며 “뭐든지 장단점이 있으니 일단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모(34)씨는 “광화문의 교통체증과 집회·시위는 대통령 집무실 때문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있었던 문제다. 좀 더 불편해지더라도 크게 문제 되지는 않을 것 같으니 ‘열린 대통령’이 탄생하는 계기를 만드는 쪽의 선택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13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 조형물 너머로 정부서울청사가 보이고 있다. 뉴스1

13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 조형물 너머로 정부서울청사가 보이고 있다. 뉴스1

직장인 한모(44)씨는 “정부청사에는 민원인들도 있으니 대통령이 오가며 시민들과 접촉하고 의견을 청취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권위적인 모습을 버리고 국민이랑 가까워진다는데 찬성한다”고 환영했다. 이어 “광화문에서 일하는 직장인으로서 근무 환경 측면에서 부담이 있겠지만 감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집무실 이전 공약을 내걸었을 때도 이를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공약을 지키려는 의지가 보여 좋다”거나 “교통 체증이나 경호가 걱정되는데 굳이 옮기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등의 찬반양론이 제시되고 있다.

경찰 “안될 것 없다…경비 패러다임 바뀔 것”

12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사거리 일대에서 열린 1천만 자유통일을 위한 기도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뉴스1

12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사거리 일대에서 열린 1천만 자유통일을 위한 기도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뉴스1

경찰청은 경비와 집회·교통관리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대통령실 이전 준비 치안대책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곳에선 대통령 집무실 경비, 광화문 일대 집회·시위 관리 방안 등을 검토하게 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원·규모·장소·근무 방식 등 서울 경찰의 기본 경비 시스템이 재배치될 것”이라며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체계 자체를 바꾼다면 안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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