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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최근 성능 시험한 미사일은 신형 ICBM”…한·미, 추가 도발 대비 경고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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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9호 01면

ICBM 발사가 가능한 서해위성발사장을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ICBM 발사가 가능한 서해위성발사장을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한·미 국방부가 11일 최근 북한이 ‘정찰위성’ 능력과 관련해 두 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성능을 시험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준중거리가 아닌 신형 ICBM 시험 발사였다는 분석이다. 한·미 양국의 이 같은 평가는 한국 대선 직후를 노린 북한의 고강도 도발 가능성에 대한 사전 공개 경고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형 로켓 발사’를 염두에 둔 준비를 직접 지시했다.

한·미 국방부는 이날 오전 “한·미 양국의 정밀 분석 결과 북한이 지난달 27일과 지난 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 때 처음 공개한 뒤 개발 중인 신형 ICBM 체계와 관련된 것으로 평가한다”는 내용의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북한은 2020년 10월 심야 열병식에서 2017년 시험 발사했던 화성-15형보다 길이와 직경이 훨씬 큰 신형 ICBM(화성-17형)을 선보였다.

양국 국방부는 또 “최근 두 차례의 시험 발사가 ICBM의 사거리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향후 북한이 우주 발사체를 가장한 해당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 시험 발사를 앞두고 관련 성능을 시험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탄도미사일을 쏜 뒤 “정찰위성에 장착할 촬영기”를 시험했다며 사진을 공개했고, 지난 5일엔 “정찰위성 개발 계획에 따라 또다시 중요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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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입장문은 이날 거의 동시에 발표됐고 분석 내용도 동일했다. 다만 한국은 대화에 호응할 것을 북한에 촉구했고, 미국은 인도태평양사령부(INDOPACOM)가 최근 서해에서 정보·감시·정찰(ISR) 수집 활동을 강화하고 역내 탄도미사일 방어 대비 태세를 상향한 점 등을 언급하며 연합 방위력을 보다 강조했다.

한편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동창리와 풍계리·영변 등의 핵·미사일 관련 시설에서 최근 북한의 도발 징후가 잇따라 감지되고 있다. 금강산 남측 시설 주변에서는 철거에 쓰일 것으로 보이는 장비 이동도 포착됐다. 금강산 시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10월 철거를 지시한 뒤 2020년 1월 코로나 상황을 이유로 우리 측에 철거 연기를 통보한 상태다.

미, 북 미사일 부품 관련 인물·기관 추가 제재 방침

이 같은 한·미의 공동 대응은 북한이 윤석열 정부 출범을 전후해 무력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연합 방위력과 동맹의 공고함을 선제적으로 부각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ICBM 관련 동향을 모두 들여다보고 있으며, 어떤 도발도 동맹의 단호한 대응에 맞닥뜨릴 것인 만큼 ‘허튼짓’은 하지 말라는 경고를 미리 보낸 것이란 얘기다.

이와 관련,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한·미동맹의 재건과 힘에 의한 평화를 거듭 강조해 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10일 윤 후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에 대한 방위 공약을 재확인했다. 이 통화는 미국 현지시간으로 한국 대선 당일 밤에 이뤄진 것으로, 한국 대통령 당선인과 이처럼 전례 없이 신속하게 통화한 건 백악관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미국은 이날 한국과의 공동 발표에 앞서 고위 당국자가 직접 나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전화로 진행된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 “미국은 11일(현지시간) 북한이 무기 프로그램 진전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더 어렵게 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실제로 ICBM 도발을 감행하기 전부터 선제적 제재 조치를 통해 응징에 나서겠다고 밝힌 셈이다. 미사일 부품 반입과 관련한 인물이나 기관 등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이 당국자는 “이번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여러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역내에서 불필요하게 긴장을 고조시키고 안보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외교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지만 미국은 미국 본토와 동맹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미의 이런 노력이 이미 ‘마이 웨이’를 선언한 김 위원장의 도발 시도를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이날도 ICBM 시험 발사 재개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1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ICBM 발사가 가능한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 지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앞으로 군사정찰위성을 비롯한 다목적 위성들을 다양한 운반 로켓으로 발사할 수 있게 (발사장을) 현대적으로 개건 확장하고 발사장의 여러 요소를 신설할 데 대한 과업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어 김 위원장이 “대형 운반 로켓들을 발사할 수 있게 발사장 구역과 로켓 총조립 및 연동 시험 시설, 위성 연동 시험 시설들을 개건 확장하고 연료 주입 시설과 보급 계통들을 증설하며 발사 관제 시설의 요소들과 주요 기술 초소들을 현대적으로 개건 확장할 데 대한 과업을 지시했다”고 소개했다.

북한 매체들은 전날도 김 위원장이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 지도한 사실을 공개하며 “(김 위원장이) 최근 진행한 정찰위성 중요 시험들을 통해 항공 우주 사진 촬영 방법, 고분해능 촬영 장비들의 동작 특성과 화상 자료 전송 계통의 믿음성을 확증한 데 대해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대선이 치러진 직후 연이어 정찰위성 발사와 관련한 움직임을 대놓고 드러내면서 자신들이 정해 놓은 시간표에 따라 군사적 긴장 고조를 이어가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북한은 이전에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위성’이라고 주장하며 장거리 로켓을 시험 발사했다. 2018년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폐기를 약속한 뒤 발사대 해체 등의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지만,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이르자 2019년 12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전략적 지위를 중대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며 사실상 재가동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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