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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軍 사망자 498명 첫 확인…'피해 최소화' 승전 공식 무너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부차 마을 주민이 군용 차량 옆에 숨져 있는 러시아군 병사의 시신을 바라보고 있다. [AP=뉴시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부차 마을 주민이 군용 차량 옆에 숨져 있는 러시아군 병사의 시신을 바라보고 있다. [AP=뉴시스]

러시아군 당국이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군의 사상자 규모를 공개했다. 이는 서방의 추산보다 크게 적은 수치이지만 러시아군이 입은 피해가 사실 임을 확인해주는 만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군사작전에 참여한 우리 군인들도 피해를 입었다”며 “498명이 전사했고, 1597명이 부상당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서방 언론이 말하는 엄청난 사망자 수는 의도적인 정보 왜곡”이라며 “우크라이나군 전사자는 2870명이고, 부상자는 약 3700명이며, 포로가 572명”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개전 후 엿새간 발생한 러시아군 사망자는 5840명”이라며 “다연장로켓(MLRS) 40대, 비행기 30대, 배 2척, 헬리콥터 31대, 군사차량 355대, 탱크 211대 등에 피해를 줬다”고 발표했다. 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러시아 군대가 침략한 지 7일 만에 우크라이나 군대에 의해 사망한 러시아 군인이 9000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가 이날 밝힌 사상자 규모는 이처럼 우크라이나 측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난다. 러시아 국방부는 사상자 수를 최소화해 발표했을 수 있고, 우크라이나 정부 역시 군과 국민의 사기 진작을 위해 숫자를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다.

속전속결 피해 최소화 이번엔 실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뉴스1]

그럼에도 이날 러시아가 공식 인정한 사상자 숫자는 과거 러시아가 치렀던 전쟁의 피해 규모를 넘어선다. 러시아는 앞선 수차례의 전쟁에서 빠른 시간 내 전쟁을 끝내 아군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택해왔다. 2008년 조지아 침공 당시 러시아군은 64명 전사라는 적은 피해로 개전 5일 만에 항복을 받아냈다.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 당시에는 무혈입성하다시피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같은 ‘속전속결 승리’라는 전과를 바탕으로 종전 이후 각각 88%(2008년 9월), 82%(2014년 4월)라는 지지율 상승의 공식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전혀 다르다. 러시아 국방부가 이날 인정한 사망자 숫자만으로 이전 두 차례의 승전 때 입었던 피해를 크게 넘어선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군 사망자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군이 직면한 저항의 강도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전날 뉴욕타임스(NYT)는 “아직 이번 전쟁으로 발생한 러시아군 전사자 공식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 관리에 따르면 약 2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두 명의 유럽 국가 관리도 이런 추산에 동의했다”며 “다수의 전사자 발생이 푸틴의 잠재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20년 전쟁 미군 사망자 육박”

미국 정부가 추산한 러시아군 누적 사망자 2000여명은 장기간 지속된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에서의 미군 사망자와 비견된다. 지난해 20년 만에 공식 종료된 아프간 전쟁에서 미군 약 2500명이 사망했다. 2003년 개전해 9년 동안 이어진 이라크 전쟁에선 약 4500명의 미군이 사망했다. 미군이 20년간 치렀던 전쟁의 전사자 숫자와 러시아가 개전 후 불과 일주일 만에 잃은 전사자 숫자가 비슷한 것이다.

2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항복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건넨 빵을 먹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공유되고 있다. 트위터 캡처

2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항복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건넨 빵을 먹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공유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공개한 젊은 러시아군 포로들의 모습. [우크라이나 국방부 제공]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공개한 젊은 러시아군 포로들의 모습. [우크라이나 국방부 제공]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군 총사령관은 NYT에 “러시아군이 이처럼 심각한 피해를 입으면 푸틴은 자국민 앞에서 이를 설명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는 연일 생포한 러시아군 포로의 모습을 공개하며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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