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머니랩 구독전용

IT서비스 1위, 역대 최대 매출...2년 전보다 낮은 주가 실화?[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흔히 인력·자본·자원을 경영의 3요소라고 하죠. 영문 앞글자를 따서 3M이라고 부르는데요. 셋 다 중요하지만, 각각 움직여선 효과가 없습니다. 잘 맞물려 돌아가야 하죠. 구매, 생산, 판매, 재무관리 등 얼핏 봐도 복잡한 움직임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관리하는 게 중요할 텐데요. 당연히 디지털로! 사업에 적합한 시스템 설계,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선정, 유지·보수까지 서비스하는 걸 시스템통합(SI)이라고 합니다.

쉽게 보면 회사에서 일할 때 쓰는 모든 시스템을 말한다고 보면 됩니다. 이 복잡한 걸 개별 기업이 직접 하긴 어렵죠. 그래서 통째로 맡겨 버립니다. 이런 걸 전문으로 하는 SI 업체가 있는데요. 국내에선 삼성SDS, LG CNS, SK C&C를 3강으로 분류. 오늘은 부동의 1위 삼성SDS를 알아봅니다. 구독자 dyfl***@daum.net님이 제안해 주셨어요.

SI 이미지. 셔터스톡

SI 이미지. 셔터스톡

죄다 대기업이야? 하실 수 있는데요. 사실 3강의 출발점은 각 그룹사의 전산실입니다. 컴퓨터 없인 일할 수 없는 시대가 오고, ‘IT’란 개념이 태동하면서 단순했던 회사의 전산시스템이 IT시스템으로 발전! 단순한 지원 조직에서 핵심 조직으로 신분 급상승. 동시에 그룹 밖에서도 “우리도 바꿔달라”는 요청이 쇄도하죠. 외부 기업과 정부 기관 등에 IT시스템을 공급하면서 쑥쑥 성장했습니다.

삼성SDS는 1985년 당시 삼성물산의 전산실을 떼 설립했는데요. 지난해 매출이 13조6300억원에 달하니까 전산실 시절은 그야말로 옛말. 소속 그룹의 IT시스템이야 당연히 하는 거고, 외부에선 3강의 수주 경쟁이 대단했는데요.

SI 이미지. 셔터스톡

SI 이미지. 셔터스톡

특히 2000년대 공공·금융 시스템 구축(교체) 시장이 가장 치열한 전장이었죠. 하지만 정부의 공공 시장 대기업 참여 제한 움직임과 낮은 수익성 탓에 삼성SDS나 SK C&C는 한때 철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아무튼 공공이나 금융회사의 시스템을 깔며 (수주만 하면 비교적 쉽게) 매출을 늘리던 시기는 끝. 공공 부문만 보면 중견기업의 수주가 큰 폭으로 증가했죠. 치열했던 경쟁 시대가 저물면서 3강의 전략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삼성SDS의 경우 물류 BPO(핵심을 제외하곤 아웃소싱 업체가 전부 맡는 방식)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기 시작했죠.

삼성SDS는 지난해 매출 13조6000억원으로 신기록을 세웠는데요. 이중 약 8조원이 물류 BPO. 매출 비중이 58.6%로 2020년보다 6.9%포인트나 커졌습니다. 형(IT서비스)보다 동생의 덩치가 더 커진 거죠. 주 고객은 삼성전자! 삼성SDS는 SCM(공급망관리) 솔루션부터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의 운반까지 물류 전 과정을 책임지는 4PL(제4자 물류)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요.

물류 이미지. 셔터스톡

물류 이미지. 셔터스톡

쉽게 말해 베트남에서 생산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유럽이나 미국에 내다 팔 때, 옮기는 건 삼성SDS가 한다는 얘기죠. 당연히 삼성전자 제품이 잘 팔리면 일감도 늘어납니다. 지난해에 그랬죠. 매출이 40%나 증가. 사업이 커지는 건 반가운데 수익성이 문제입니다. 비행기고, 배고 운임이 엄청나게 오른 지난해엔 돈 남기기가 쉽지 않았죠.

영업이익률이 겨우 1.8%(2020년 1.6%). 물류 시스템을 잘 만들고, 잘 관리하는 거지 실제 물류회사이거나 자회사를 가진 건 아니기 때문에 수익 구조를 확 뜯어고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결국 본업이 잘 돼야 한다는 얘기. 삼성SDS는 최근 클라우드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여러 조직으로 나뉘어 있던 IT서비스 사업부를 클라우드와 솔루션 사업부로 통합했는데요. 핵심은 MSP(Managed Service Provider). 국내 기업의 IT 시스템을 아마존웹서비스나 MS 같은 CSP(Cloud Service Provider) 기업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인프라로 옮기고, 운영해주는 걸 말합니다.

클라우드 이미지. 셔터스톡

클라우드 이미지. 셔터스톡

IT 시스템이야 기존에 있던 거고, 이걸 클라우드 환경으로 바꾸는 게 요즘 트렌드인데요. 비용 절감과 편리한 운영을 위해서죠. 이런 기업의 주문을 받아 대신해주는 게 MSP죠. 이렇게 바꾸려는 기업이 줄을 서 있으니 수요는 탄탄한 편. 다만 LG CNS, 메가존 클라우드, 베스핀글로벌 같은 기존 강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그 시절 SI 3강의 수주 경쟁처럼요.

일단 올해도 실적은 괜찮을 전망이고, 딱히 큰 걱정은 없습니다. IT서비스의 최대 장점은 일단 사업을 따내면 계약 기간이 길어서,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건데요. 삼성SDS의 그룹사 매출 비중은 80% 이상. 지나친 의존도가 약점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만큼 안정적인 건 분명하죠. 최근엔 IT와 물류 양쪽 모두 외부 고객 비중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삼성SDS 잠실캠퍼스. 삼성SDS

삼성SDS 잠실캠퍼스. 삼성SDS

글로벌 IT서비스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 안정적인 사업구조, 딱히 나쁠 게 없어 보이는데 주가는 영 지지부진. 1년 전보다 30%가량 빠진 상황입니다. 뚜렷한 미래형 아이템이 보이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다행스럽게도 재무구조가 초우량. 지난해 말 기준 4조6000억원가량의 현금을 쌓아 뒀습니다. 화끈한 M&A 소식을 기대할 만한 포인트!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물류·배송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물류 부문의 독립(분할)설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데요. 2016년 계획했다가 좌초된 적이 있죠. 회사 전체로 보면 알짜 사업이 빠져나가는 거니 주가에 그리 좋은 영향을 미칠 거 같진 않네요.(물적분할은 싫어욧! Feat. LG화학)

결론적으로 6개월 뒤:

2020년 3월보다 낮은 주가 실화?

이 기사는 2월 25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소개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