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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수주는 밀려드는데 주가는 잠잠…강소기업의 미래는?

중앙일보

입력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원천기술을 가진 강소기업은 관심을 끌죠. 게다가 시장이 막 성장세에 접어든 초입이고, 소수 업체가 나눠먹는 과점 체제라면 더 솔깃할 텐데요. 오늘 들여다 볼 기업은 파크시스템스입니다. soulwoo*****@naver.com님이 게시판에 제안해주셨습니다.

파크시스템스의 원자현미경 제품. 매출 비중은 연구용이 27%, 산업용이 65%로 산업용(생산공정용)이 점점 더 커지는 추세다. 사진 파크시스템스

파크시스템스의 원자현미경 제품. 매출 비중은 연구용이 27%, 산업용이 65%로 산업용(생산공정용)이 점점 더 커지는 추세다. 사진 파크시스템스

파크시스템스는 원자현미경을 만듭니다. 오직 원자현미경 한우물만 파는 기술기업인데요. 원자현미경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미국 스탠퍼드대 캘빈 퀘이트 교수의 제자인 박상일 대표가 1997년 창업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현미경은 ‘광학현미경(최고 수천 배 배율)’인데요. 그 한계를 뛰어넘는 게 전자 현미경(최고 수십만 배 배율)이고요. 원자현미경은 그보다도 더 작은 0.1나노미터(㎚)까지 측정할 수 있습니다(최고 수천만 배 배율).

‘현미경이 돈이 돼?’라고 하실 수 있는데요, 돈 됩니다. 더 작고 더 정밀하게 만드는 나노기술이 중요해지면서 나노 단위로 계측을 할 수 있는 장비가 필수인데, 그게 바로 원자현미경이죠. 특히 어느 산업에 필요하다? 반도체!

원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반도체 웨이퍼 표면. 파크시스템스

원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반도체 웨이퍼 표면. 파크시스템스

정교함을 요하는 반도체 산업은 그동안 전자현미경을 공정에 써왔는데요. 전자현미경 시장은 일본·독일·미국 기업들이 꽉잡고 있었죠. 그런데 이제 공정이 미세화되면서 전자현미경으론 측정이 안 되는 나노 단위의 계측이 필요해진 겁니다. 원자현미경이 전자현미경 자리를 야금야금 차지하기 시작!

전자현미경 VS 원자현미경.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전자현미경 VS 원자현미경.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원자현미경 시장은 아직 작습니다. 전 세계 다 해봤자 4억 달러 수준. 대신 꾸준히 성장하는데요. 파크시스템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위(15~20%).

시장 1위는 미국 브루커(25~30%)인데요. 성장성이 큰 산업용(주로 반도체 생산공정에 투입) 원자현미경 시장에선 오히려 파크시스템스가 앞서 있습니다. 기술력 때문인데요. 비접촉 모드, 즉 탐침(아주 작은 바늘)이 시료에 직접 닿지 않은 채 측정하는 기술이 가장 뛰어나다고 합니다. 또 숙련도와 상관 없이 원자현미경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스마트 스캔)를 함께 제공하는 것도 강점.

대만 TSMC, 미국 인텔, 마이크론 같은 주요 반도체 메이커가 파크시스템스 고객사입니다.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굴기’를 지원하는 중국의 반도체 업체들도 큰 고객이고요(전체 매출의 55%가 중국·대만 지역. 미중 무역분쟁의 반사효과?). 국내 반도체 업체 중 삼성전자엔 2018년, SK하이닉스엔 2020년부터 장비를 공급하기 시작했죠. 한마디로 웬만한 반도체 업체는 다 파크시스템스 장비를 쓰게 됐습니다.

파크시스템스의 산업용 원자현미경 제품. 사진 파크시스템스

파크시스템스의 산업용 원자현미경 제품. 사진 파크시스템스

파크시스템스는 반도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공정용 원자현미경도 만드는데요. 2020년 삼성디스플레이 납품을 시작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LG디스플레이와도 첫 공급계약을 맺었습니다. 보통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기업은 오랜 검증을 거쳐 신중하게 새로운 장비를 도입해요. 다시 말하자면 처음 뚫기가 어렵지, 한번 납품하기 시작하면 계속 추가 수주가 따라오는 겁니다.

연초부터 구매주문서가 밀려들면서 이미 올해 들어서만 200억원 넘는 수주잔고를 확보했습니다(지난해의 2배 수준). 매출 성장세가 올해도 탄탄할 거란 뜻. 파크시스템스는 원천기술을 보유했기 때문에 로열티를 낼 필요가 없고, 영업이익률이 높은 편이죠(20% 수준).

반도체에 이어 디스플레이까지. 이제 산업용 원자현미경 시장이 쑥쑥 클 일만 남았구나 싶은데요. 그럼 주가는?

최근 1년 차트만 보면 잘 모르실 텐데, 파크시스템 주가는 2020년 3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무려 8배로 뛰었습니다. 당초 5% 미만에 그쳤던 외국인 지분율도 현재 23%까지 뛰었죠(외국인이 사랑했던 주식). 주가수익비율(PER)은 어느덧 27배(삼성증권 2022년 실적 추정치 기준).

연구용 원자현미경으로 연구하는 모습. 사진 파크시스템스

연구용 원자현미경으로 연구하는 모습. 사진 파크시스템스

달리 말하자면 지금의 성장세가 이미 주가에 어느정도 반영돼 있는 셈입니다. 외국인 지분율이 낮다는 수급상의 이점도 이젠 사라졌고요. 잇따라 들려오는 반가운 수주 소식에도 최근 주가가 조용한 이유인데요.

결국 중요한 건 앞으로의 실적. 눈에 보이는 수치로 성장성과 수익성을 증명해야 주가도 탄력을 받겠죠. 특히 조만간 출시할 반도체 장비 신제품이 얼마나 잘 팔리느냐가 주가에 중요한데요. 파크시스템스 IR 담당자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기존 장비보다 단가가 높은 고부가가치 신제품을 구매하려고 하는 고객사가 이미 여러곳이라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6개월 뒤:

눈에 보이게 커지는 시장. 성장은 걱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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