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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올해는 박스권 실적장세, 내년은 조심해야. 그 이유는…” 심효섭 본부장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2022.02.22 07:00

업데이트 2022.02.22 09:54

지금의 주식시장은 과거의 언제와 비슷한 모습일까. 조정을 맞고 보니, 새삼 겸손한 마음으로 과거를 되돌아 보게 되는데요. 펀드 매니저를 오래 한 분은 답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해서 만나봤습니다. 주식운용본부장이자 직접 펀드 운용도 하고 있는 심효섭 KB자산운용 상무입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인플레이션!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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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증시는 어떤 국면에 있는 걸까요.
“코로나 이후 각국이 다 돈을 풀면서 전 세계가 ‘유동성 장세’였죠. 당장 현금흐름이 없어도 좋은 컨셉을 갖고 성장주로 포장만 잘해도 주가가 많이 오르는 것, 이게 유동성 장세의 전형적인 특징이었고요. 그런데 (미국) CPI가 12월 7%, 1월 7.5%를 기록하면서 ‘이제 유동성 국면은 끝났다’라고 준비하는 시장이 1월 장이었어요.”
다음 챕터로 넘어가기 위한 준비 단계였군요. 그러면 다음은 뭘까요.
실적장세이죠. 실적이 좋아지는 것 위주로 투자해야 하고, 우리나라에선 대표적인 게 반도체 쪽이죠. 자동차, 금융주도 실적 장세를 기대해볼 만하고요. 성장주는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해요. 컨셉 위주인 건 투자를 자제해야 하고요, 매출이 계속 크게 늘고 돈을 버는 건 조정을 받았기 때문에 투자하셔도 괜찮습니다.”
 심효섭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상무)은 1998년 신영증권에 입사해 IT 애널리스트를 하다가 2006년 KB자산운용으로 옮겨 펀드매니저로 일해왔다. 우상조 기자

심효섭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상무)은 1998년 신영증권에 입사해 IT 애널리스트를 하다가 2006년 KB자산운용으로 옮겨 펀드매니저로 일해왔다. 우상조 기자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넘어갔던 국면이 과거엔 언제였을까요.
“(미국 연준이) 2015년 12월부터 금리를 올렸는데요. 2016년, 2017년이 지금처럼 제조업 재고가 굉장히 낮은 상황이었어요. 그 국면에 경기 민감주들 주가가 많이 올랐죠.”
그 때 삼성전자 주가도 좋았죠.
“2014년엔 대형주가 많이 눌렸고, 중소형주가 막 올랐고요. 2015년 한미약품이 10만원에서 80만원으로 급등했죠. 2016년엔 반대로 한미약품이 50만원으로 빠지고, 포스코가 19만원이던 게 40만원으로 뛰었죠. 자동차, 반도체도 올랐고요. 작년도 마찬가지로 중소형 지수가 코스피보다 15% 이상 더 많이 올랐어요.”
하지만 공급망 문제 때문에 예전과 좀 다르지 않을까요.
“올해 코스피 PBR(주가순자산비율=주가/주당 순자산가치) 1배가 2750 정도인데요. 거기서 밑으론 2500, 위로 3000 정도 보고 있거든요. (지수를) 위로 올릴 모멘텀은 병목현상이 해소되고, 재고 수요 발생하고, 리오프닝이 되는 것이죠. 지금 오미크론이 피크아웃 하고 3, 4월 되면 상당 부분 정상화될 거라는 분위기잖아요. 공장 셧다운 없이 ‘위드 코로나’로 정상화되면 재고 축적이 늘어날 거고, 그럼 경기 민감주가 앞으로는 6개월 정도는 단단할 겁니다.”
 심효섭 상무는 "컨셉 위주인(=실적이 눈에 보이지 않는) 성장주는 이제 반등하면 오히려 팔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상조 기자

심효섭 상무는 "컨셉 위주인(=실적이 눈에 보이지 않는) 성장주는 이제 반등하면 오히려 팔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상조 기자

그게 바로 코스피가 위로 갈 만한 요인이군요.
“반면 다운사이드는 긴축의 강도가 점점 세져서 미 연준이 QT(양적 긴축)를 시작하는 것이죠. 이런 힘겨루기 때문에 올해까지는 박스권이 될 가능성이 커요.”
미 연준 움직임이 중요하다면 결국 미국 물가지표가 영향을 미치는 한 해가 되겠군요.
“인플레이션이 잡히느냐가 핵심이에요. 시장 컨센서스는 ‘하반기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3%대로 안정화될 것’이란 건데요. 저는 (반대로) 하반기에도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어요. 두가지 이유인데 첫째는 인건비에요.”
미국 인건비가 엄청 올랐더라고요.
“인건비에 의한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게 1970년부터 1985년까지예요. 그때 인건비는 연 5~9%씩 올라갔고, CPI(소비자물가지수)는 5~14%였거든요. 그 뒤 1980년대 중반부터 지난해 9월까지는 인건비 상승률이 1~4%였어요. 35년 동안 인건비에 의한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적 없는 거에요. (미국 인건비 상승률이) 10월에 4% 후반 가더니, 12월 5%를 좀 넘고 1월에 5.7% 나왔거든요. 한번 인건비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오면 굉장히 오래 가죠.
 인건비가 오르면 제조원가가 오르니까 제품 판매가격이 뛰고, 그러면 다시 노동자들이 '못 살겠다'고 해서 인건비를 더 올려주게 되고... 셔터스톡

인건비가 오르면 제조원가가 오르니까 제품 판매가격이 뛰고, 그러면 다시 노동자들이 '못 살겠다'고 해서 인건비를 더 올려주게 되고... 셔터스톡

인건비는 왜 오르나요.
“미중 패권싸움 때문에 미국이 이제 다시 제조업 기반으로 재탄생하려고 하죠. 안하던 제조업을 하려고 하니까 숙련된 노동자를 구하기가 어려워졌어요. 또 미국은 401K(퇴직연금 DC형)의 주식 비중이 높은데요. 주가가 급등하면서 401K 계좌 잔고가 엄청 늘어난 거에요. 그러니까 은퇴하고 일을 안 구하죠.”
금방 사라질 이슈가 아니네요.
“두번째 요인은 ESG에요. 재생 플라스틱은 납사 베이스 플라스틱보다 가격이 6배 비싸다고 해요. 중국이 석탄으로 비료를 만드는데, 환경 때문에 석탄 생산을 줄이면서 비료 수출을 제한해서 곡물가격이 올라가고요.”
그렇다고 다시 싼 화석연료로 돌아갈 수도 없고요.
“그래서 구조적이죠. 인플레이션을 유발 요인 두가지(인건비, ESG)가 아직 초입 국면이어서, 좀더 오래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플레이션이 오래 가면 중앙은행은 어떻게 대응할까요.
“금리도 계속 올리겠죠. 그러다가 2018년처럼 10년물 국채금리가 3%를 넘어가면 주가가 많이 빠져요. 10년물이 3%를 넘어가면 경기가 둔화되기도 하고요, 또 3% 넘으면 '그레이트 로테이션'이라고 해서 주식 팔고 채권쪽으로 가는 거죠. 그래서 제가 올해는 박스권이라고 보는 거예요. 올해는 (10년물 금리가) 3%를 넘어갈 가능성은 별로 없고, 여전히 리오프닝 되면서 경기도 좋아지고 기업 실적이 좋아지는 건 확실히 있으니까. 하지만 내년 어느 순간(3%를 넘어가는 순간)에는 조심해야 될 필요가 있습니다.
 심 상무는 "주가가 빠졌을 때 기쁜 마음으로 '더 살 기회를 주네'라며 매수할 수 있는 주식을 찾아서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우상조 기자

심 상무는 "주가가 빠졌을 때 기쁜 마음으로 '더 살 기회를 주네'라며 매수할 수 있는 주식을 찾아서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우상조 기자

펀드 운용은 요즘 어떻게 하세요.
“인플레이션 수혜주가 있어요. 반도체, 자동차, 화학이 좀 괜찮을 것 같고요. 또 유동성이 타이트해지면 재무제표가 탄탄한지를 봐야 하는데요. 이걸 쉽게 아는 방법이 배당이에요. 고배당 회사가 캐시플로우가 좋고 비즈니스가 단단하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주식투자하는 사람들에게 전문가로서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세요?
“코로나로 각국 정부가 돈을 많이 풀어서, 돈이 돈 같지 않아서 돈을 번 거거든요. 그런데 사실 돈 버는 게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500만 원짜리 냉장고를 사도 다 알아보고 사잖아요. 그런데 주식은 5000만 원을 사는데 옆에서 ‘이거 사’ 그러면 바로 사요. 그런 트렌드를 단기적으로 쫓아가지 마시고, 요즘엔 자료도 많으니까 철저히 공부하시고요. 좀 호흡을 길게 갖고 투자하시고요.”
긴 호흡으로 투자하기가 어렵죠.
“가장 쉬운 방법은 그냥 기업만 보세요. 기업의 매니지먼트 퀄리티가 좋은지, 산업 전망이 좋은지, 이 회사가 산업에서 코어 경쟁력이 있는지를 공부해서 이 정도 가격에서는 괜찮다하면 사세요. 그런 주식들은 주가가 빠지면 더 살 수 있어요. 만약 내가 이 종목을 5만원에 샀다면, 4만원이 되면 ‘땡큐’하고 더 사야죠. 그런데 실체 없이 컨셉으로 주가가 올라간 것은 10만원에 샀는데 8만원 되면 떨려서 못 산다고요. 그런 거 하지 마시고, 주가 빠졌을 때도 기쁜 마음으로 ‘더 살 기회를 주네’라며 살 수 있는 주식을 찾으세요.” 

by.앤츠랩

시장은 항상 겸손을 가르쳐줘요. 성과가 좋다고 어깨에 힘 좀 넣고 다니면 바로 안 좋아져요. 겸손하지 않으면, 고개를 거만하게 치켜들면 시장이 자꾸 (고개 숙이라고) 머리를 때려요. 

-심효섭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펀드매니저로 일해서 좋은 점'을 설명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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