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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53㎞ 찍고 시작하는 문동주, "고1 때 투수가 된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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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불펜 피칭하는 한화 문동주. [사진 한화 이글스]

불펜 피칭하는 한화 문동주. [사진 한화 이글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신인 투수 문동주(19)는 24일 충남 서산 한화 퓨처스(2군) 전용 훈련장 야외 불펜에 섰다. 단계별로 투구 강도와 투구 수를 끌어 올린 그가 처음으로 90%의 힘을 사용해 피칭하는 날이었다. 최원호 2군 감독은 "전력 피칭은 아니라는 느낌으로 한 번 던져보라"고 주문했다.

영하 1도의 추위와 90%의 강도. 최 감독과 코치진은 시속 140㎞ 후반 정도의 구속을 예상했다. 고개를 끄덕인 문동주는 부드러운 투구폼으로 포수를 향해 공을 던졌다. 첨단 장비 '랩소도'가 그 공의 스피드를 측정했다.

잠시 후 계기판에 찍힌 숫자는 시속 153㎞. 최 감독이 재차 "힘을 다 쓰지 않은 게 맞느냐"고 물었다. 문동주는 "전력으로 던지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불펜 주변이 술렁였다. "외국인 투수가 한 명 더 온 것 같다"는 최 감독의 농담에 웃음도 터졌다. 문동주는 그저 "구단에서 난로로 불펜을 따뜻하게 해 주신 덕"이라며 쑥스러워했다.

중앙일보와 인터뷰 한 한화 특급 신인 문동주. [사진 한화 이글스]

중앙일보와 인터뷰 한 한화 특급 신인 문동주. [사진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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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주는 올겨울 최고의 화제를 모으는 '특급 신인'이다. 올해 신인 선수 중 가장 많은 계약금 5억원을 받았다. 입단하자마자 에이스를 상징하는 등 번호 '1'을 유니폼 뒤에 새겼다. 팬들은 벌써 2006년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이후 최고 신인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이제 막 고교를 졸업한 투수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스포트라이트다. 그런데도 그는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고 했다. "그만큼 나를 좋게 보시고 응원하는 의미의 관심이지 않나. 오히려 더 힘이 된다"며 밝게 웃었다.

문동주는 광주에서 태어나 자랐다. 광주는 야구 인기가 높은 도시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야구를 워낙 좋아했다. 야구장에 많이 다니고, 동네 야구도 했다. 그러다 점점 선수가 되고 싶어졌다"고 했다. 좋아서 시작했는데, 재능까지 발견했다. 처음엔 내야수, 그중에서도 3루수를 주로 맡았다.

중3 때, 처음으로 고민이 생겼다. 수비가 두려워졌다. 그는 "3루 수비를 나가면 공을 한 개도 못 처리했다. 느린 번트 타구도 못 잡을 정도로 갑자기 헤매기 시작했다. '왜 나는 이것밖에 못 할까' 자책도 하고 오기도 생겼다"고 했다. 그래도 야구가 너무 좋았다. "야구를 못해서 힘들긴 했지만, '힘드니까 그만두자'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중앙일보와 인터뷰 한 한화 특급 신인 문동주. [사진 한화 이글스]

중앙일보와 인터뷰 한 한화 특급 신인 문동주. [사진 한화 이글스]

고교(진흥고) 진학 후 키가 12㎝ 자랐다. 그게 터닝 포인트였다. 1학년 때 인스트럭터로 만난 홍우태 현 울산공고 감독이 "넌 타자보다 투수에 재능이 더 많은 것 같다. 투수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권유했다. 때마침 주변에서 '투구 폼이 예쁘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망설임 없이 배트를 내려놓고 공을 잡았다. 그렇게 투수가 된 지 2년 만에, 문동주는 고교야구 최고 투수로 올라섰다.

진흥고 투수 문동주와 동성고 내야수 김도영의 '1차 지명 라이벌전'은 이미 야구계에 잘 알려진 스토리다. 둘 다 연고지 구단 KIA 타이거즈의 1차 지명 후보였고, KIA는 고심 끝에 김도영을 뽑았다. 지난해 최하위 팀이라 전국구 1차 지명이 가능했던 한화는 주저 없이 문동주를 대전으로 데려갔다.

데뷔 전부터 만들어진 필연적 라이벌 관계. 그러나 문동주는 KIA의 1차 지명 발표 직후 김도영에게 먼저 '축하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문동주는 "발표 후 10분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지만, 곧 '오히려 내게 좋은 기회가 왔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면서 "만약 내가 뽑혔다면, 도영이도 먼저 축하해줬을 거다. 서로 그런 마음이었다"고 했다. 라이벌도 '김도영' 한 명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올해 신인 지명을 받은 선수가 모두 내 라이벌"이라고 했다.

불펜 피칭하는 한화 문동주. [사진 한화 이글스]

불펜 피칭하는 한화 문동주. [사진 한화 이글스]

문동주의 최대 관심사는 예나 지금이나 '야구'다. 야구를 시작한 이후로 쭉 그랬다. 고교 시절엔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잠시 볼 보이 경험도 했다. 그때 강백호(KT 위즈)의 배팅을 눈앞에서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내가 지금까지 보던 배팅과는 달랐다. 생전 처음 본 타구였다"며 "프로 무대에서 강백호 선배님과 한 번쯤 맞붙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렇게 희망과 목표를 키워 온 그는 지금 그 꿈의 문턱에 서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누구보다 현실적이다. 문동주는 "중장기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지 않는다. 하루하루 그날의 훈련, 그날의 경기에 따라 목표를 정한다"며 "오늘 내가 캐치볼을 한다면, '지난번엔 공이 많이 빠졌으니 오늘은 정확하게만 던져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다. 오늘 하는 야구에 몰입해서 그것 하나를 제대로 해내는 게 내 방식"이라고 했다.

그런 문동주도 홈구장 마운드에 선 자신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은 듯하다. "최대한 빨리 대전 마운드에 올라가는 게 내 목표다. 그곳에서 던져보면 프로 생활의 구체적인 목표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불펜 피칭하는 한화 문동주. [사진 한화 이글스]

불펜 피칭하는 한화 문동주. [사진 한화 이글스]

한화 구단은 문동주를 바라보며 원대한 꿈을 꾼다. 훗날 대전구장 외야에 있는 영구 결번 리스트에 '1'을 걸어 놓는 것이다. 그는 "초등학교 때 오렌지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야구를 시작했는데, 그때도 배번이 '1번이었다. 그런데 프로에서 같은 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시작하게 돼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다"며 "1번이 에이스의 상징이라는 걸 알고 있다. 1번이라는 숫자의 무게에 맞는 피칭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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