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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베이징 올림픽...北, ‘도발 휴지기’ 언제 끝낼지 간 보나

중앙일보

입력

20일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막을 내리면서 이달 들어 미사일 도발을 중지한 채 잠잠했던 북한이 다시 무력시위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즉각 도발을 재개하지는 않더라도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온 태양절(김일성 생일ㆍ4월 15일)까지 긴장감을 점차 높이며 지난달 선언했던 모라토리엄(핵ㆍ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 유예) 파기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릴 것으로 보인다.

20일 베이징 동계 올림픽 폐막을 앞두고 지난 16일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리허설이 열리는 모습. REUTERS/Carlos Garcia Rawlins. 연합뉴스.

20일 베이징 동계 올림픽 폐막을 앞두고 지난 16일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리허설이 열리는 모습. REUTERS/Carlos Garcia Rawlins. 연합뉴스.

中 양회ㆍ패럴림픽까진 눈치 볼까

일단 올림픽은 끝났지만, 북한의 '도발 스케줄'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들이 예정돼 있다. 중국은 다음 달 4일 연중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ㆍ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에 이은 패럴림픽도 같은 날부터 열흘 동안 진행된다.

북한은 중국의 올림픽 행사에 재를 뿌리지 않기 위해 도발 휴지기에 들어갔던 만큼 도발 재개에도 이런 정치 일정을 고려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일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직접 축전을 보내 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했고, 열병식 등이 예상됐던 광명성절(김정일 생일·2월16일)도 내부적으로만 경축하며 도발 없이 넘어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2018년 이후 중국의 양회 일정 전후로는 미사일 발사를 자제해왔다"며 "양회와 패럴림픽까지 얼마 남지 않은 빈틈을 노리기보다는 3월 중순 이후 군 정찰위성 발사 등으로 무력을 과시하고, 4월에는 태양절에 맞춰 급에 맞는 전략 무기를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ㆍ미 연합훈련, 우크라 사태도 변수

올해 한ㆍ미 연합훈련 일정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은 통상 3월에 시작되지만, 올해는 한국 대선과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 등 영향으로 4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적어도 연합훈련 실시에 대한 반발을 명분으로 삼는 북한의 무력 시위는 함께 늦춰질 수도 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외교 현안인 우크라이나 사태도 북한이 도발 재개 타이밍을 잡는 데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러시아와 '강 대 강' 대치 중인 미국을 코너로 몰려는 의도라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무력 충돌의 가능성이 커지는 지금이 적기다. 자체적인 국방력 강화 계획에 따른 시험 발사라는 명분으로 바이든 행정부 외교력의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이다. 미국에 대항하는 북ㆍ중ㆍ러 연합 전선을 더욱 선명하게 가져가며, 바이든 행정부에 더 큰 부담을 가할 수 있다.

반대로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결국 미국과의 대화를 염두에 둔 대미 협상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하려 한다면 일단 정세를 지켜볼 거란 관측도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당장은 미국의 시선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쏠려 있어 북한이 무력시위를 하더라도 기대한 만큼의 실익이 없을 것"이라며 "한국에서 사실상 차기 정부가 출범하는 3월 이후 혹은 한ㆍ미 연합훈련이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4월 이후에 도발을 재개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역시 태양절이 북한 도발의 중대 계기가 될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하는 모습. 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하는 모습. EPA. 연합뉴스.

文 정부, 마지막 대북 관여 포석은?

이런 가운데 정부는 임기 말 사실상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큰 대북 관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2일 하와이에서 개최된 한ㆍ미ㆍ일 외교장관회의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북한과 관여를 가속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이 상당히 경청했다"는 '창의적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으면서도 북한의 '도발 휴지기'가 최대한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미국을 설득하는 분위기다. 북한이 도발에 다시 나서지 않을 명분을 주자는 취지일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공급 등 제재에서 예외를 인정하는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서 실질적 결실을 보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미국과 유엔은 북한에 백신 지원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공식 답변을 하지 않은 상태다.

한편 미 정부와 학계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친서를 전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이는 북한과 "실무 협상이 우선"이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바텀 업(Bottom Upㆍ상향식)' 원칙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미·일 외교장관회의 뒤 기자회견에서도 친서 관련 질문이 나왔지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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