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운 가시면 공급망 회복? 날씨·오미크론이 또 발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이 다소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만, 공급망 문제는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전문가들은 공급망 훼손을 촉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고, 원자재 수요와 인력 수급이 정상화 되는 게 핵심이라고 분석한다.

1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4일(현지시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의 배럴 당 가격은 각각 95.46달러와 96.48달러였다. 8년 만에 최고가다. 천연가스도 가격 급등락을 반복 중이다.

치솟는 에너지 값에, 전력 비용도 급증.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치솟는 에너지 값에, 전력 비용도 급증.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런 에너지값 상승은 연쇄적인 공급망 차질을 불러온다. 전기료가 비싸지고, 기업의 생산 비용이 올라가는데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제품 생산을 줄이게 된다. 알루미늄 같은 비철 금속 생산도 영향을 받는다. 16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 알루미늄 가격은 t당 3282달러를 기록했다. 2008년 이후 최고가다. 전력 사용에 부담을 느낀 중국이 전기가 많이 드는 알루미늄 생산을 제한해서다.

공급망은 생산·유통·판매 주체들이 사슬처럼 연결돼 있다. 그렇다 보니 어느 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한번 손상된 공급망이 복원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에너지값 상승에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전쟁 위험이 완화돼도 에너지값이 쉽게 잡히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경제 활동 재개로 에너지 수요가 더 늘어날 조짐이라서다. 신재생에너지 전환 추세도 화석 연료 생산을 늘리지 못하는 배경이 됐다.

컨테이너 운임지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컨테이너 운임지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공급을 못 늘리는 상황에서 그나마 가격 상승 압박을 줄일 수 있는 요인은 날씨다. 정부 관계자는 “추위에서 벗어나 난방 수요 등이 줄어야 에너지값 상승세가 조금이나마 진정될 것 같다”고 했다.

에너지가 아닌 소재·부품·장비는 생산 차질을 막는 게 필요하다. 지난해 말이면 끝날 거라고 했던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올해까지 이어진 것도 동남아시아 일대 코로나19 확산 때문이다. 동남아 일대는 반도체 후공정인 테스트나 패키징 공장이 많은데, 말레이시아는 이 부문에 전 세계 생산 13%를 담당한다.

‘세계 공장’인 중국도 정부의 강도 높은 ‘제로 코로나(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 그 지역을 폐쇄하는 방역 정책)’ 정책에 생산 차질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물류 대란은 일할 사람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1월 수출 컨테이너 운임은 미국 서부 기준 2TEU(표준 컨테이너 크기 단위)당 1600만400원으로 1년 새 227.3% 올랐다. 상승세는 최근 다소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다. 물류난을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코로나19로 줄어든 하역 노동자가 일터로 복귀하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고령의 트럭 운전사가 많은 미국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상당수 인원이 퇴직해 일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전문가는 공급망 차질이 단기간에 해결하긴 힘들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와 같은 지정학적 갈등이 또다시 발생하면, 공급망 문제는 더 꼬일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격이 오르는 수준이었는데, 최근엔 물품을 구할 수 없는 상황까지 발생해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돈이 있어도 다 구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나 기업이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비용을 더 쓸 수밖에 없다”며 “소재·부품 수급에서 정부가 기업 부담을 줄여주고 지원하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