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日, 韓반발에 사도광산 새전략…유네스코 '3분의2 찬성' 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사도(佐渡) 광산을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추천한 일본이 등재 실현을 목표로 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내년 여름 열리는 등재 표결에서 한국 등의 반발로 위원국 전원 일치 등재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3분의 2 찬성'을 통한 등재를 노린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사도 광산 유적 중 하나인 도유(道遊)갱 내부의 모습. [교도=연합뉴스]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사도 광산 유적 중 하나인 도유(道遊)갱 내부의 모습. [교도=연합뉴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사도 광산과 관련한 추천서와 관련 자료를 제출한 후 등재 실현을 위한 TF 첫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다키자키 시게키(瀧崎成樹) 관방 부(副)장관보 주재로 외무성, 문부과학성 등 부처 국장급이 참석했다.

내각관방은 2일 홈페이지를 통해 TF 회의 개최를 공개하며 "이번 회의에서 사도 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 실현을 위해 정부 부처 간 협력할 것을 확인했다"며 이번 TF가 "(사도 광산의) 역사적 경위를 포함해 다양한 논의에 대응하기 위해 부처 간 대처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단계 심사 거쳐야 등재 결정 

사도 광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선 두 단계의 관문을 거쳐야 한다. 첫째가 유네스코의 민간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의 서류 심사 및 현장 실사다.

역사학자·고고학자·인류학자·건축가 등 전문가로 구성된 이코모스는 4월부터 사도 광산에 대한 서류 심사를 하고 올해 하반기에는 현장 실사에 나설 전망이다. 이를 바탕으로 두 차례의 패널 회의를 거쳐 등재 권고, 보류(정보 조회), 반려(등재 연기), 등재 불가 네 가지 중 하나의 결론을 내린다.

두 번째 관문은 21개국으로 구성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의 채택이다. 자문기구인 이코모스의 판단 결과를 토대로 위원국들이 내년 6~7월경 열리는 세계유산위에서 표결을 한다. 세계유산위의 선택지도 이코모스와 마찬가지로 넷 중 하나다.

등재 권고 평가를 받은 유산은 큰 문제가 없는 한 등재가 확정된다. 보류는 자료 보완을 통해 재심사를 받으라는 지시다. 반려는 신청서를 다시 제출하고 현지 조사도 다시 받아야 한다. 세계유산위에서 등재 불가 평가를 받을 경우 다시 세계문화유산에 신청하지 못하게 된다.

일본, '투트랙 전략' 쓸 듯

등재는 세계유산위 21개국 전원 일치로 결정되는 것이 관례지만, 원칙적으로는 3분의 2인 14개국의 찬성만 받아도 통과될 수 있다. 닛케이는 2일 "사도 광산 등재에 반대하는 한국은 위원국이 아니지만, 위원국들에 격렬한 로비 활동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로 인해 일본 정부는 전원 일치 가결은 어렵다고 보고 있으며, 3분의 2 찬성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도 광산 외경. [연합뉴스]

사도 광산 외경. [연합뉴스]

일본은 앞으로 사도 광산이 가진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강조하는 활동과 한국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 등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 전략을 짤 것으로 예상된다. 사도 광산은 에도시대(1603∼1868년)에 일본 고유의 기술을 활용해 금을 채취한 곳으로 산업유산으로서의 가치가 높다는 것이 일본의 주장이다. 이후 태평양 전쟁 당시엔 전쟁물자 생산 기지로 활용됐지만, 일본은 이 기간을 제외하고 에도 시대만을 등재 대상으로 삼았다.

한편으로 일본은 일제 강점기 사도 광산에서 이뤄진 조선인 노동자의 동원 성격이 본인 의사에 반한 '강제 노동'이었다는 한국의 주장을 반박하며, 국제법상 허용되는 전시 동원체제에 따른 조치였다는 주장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사도 광산 유적 중 하나인 도유(道遊)갱 내부의 모습. [연합뉴스]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사도 광산 유적 중 하나인 도유(道遊)갱 내부의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사도 광산 등재 과정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전망도 일본 언론들에서 나오고 있다. 닛케이는 "이번 사도 광산 추천에 일본 측의 준비가 부족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 "역사 인식에 관한 근거를 충분히 세계에 발신할 수 없다면, 유산위원회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사히신문은 2일 자 사설에서 "어떤 세계유산도 복잡한 역사가 얽혀있으며 평가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며 "부(負)의 측면을 둘러싼 지적은 겸허히 마주하고, 가맹 각국과 유산의 가치를 다면적으로 서로 인정하는 조화의 자세를 일본은 마음에 새겨야 한다"고 논평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