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엔 열차, 한·미엔 미사일 발사로 투트랙 나선 北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지난 14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한 후 사흘 만에 다시 미사일을 발사한 17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지난 14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한 후 사흘 만에 다시 미사일을 발사한 17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새해 초부터 중국과 한국·미국을 향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을 향해선 열차를 보내며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반면, 한국과 미국을 향해선 연신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어서다.

실제 북한은 17일 중국에서 화물열차에 의약품과 긴급구호품을 잔뜩 실어 들어갔다. 북한은 이날 추가로 화물을 실어갈 열차를 중국 단둥역으로 또 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극도로 경계하며 24개월간 셀프 봉쇄에 나섰던 북한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창궐 속에서도 국경을 열고 있는 것이다.

반면, 북한은 이날 올 들어 네번째 미사일 발사를 통해 무력시위에 나섰다. 군 당국은 이날 북한이 평양 순안 공항에서 쏜 미사일의 사거리를 380㎞안팎으로 보고 있다. 방향을 남쪽으로 바꾸면 계룡대가 사정권이다. 전직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 사정거리와 고도를 조절하는 경우가 있다"며 "미사일 발사가 단순히 기술적인 시험 차원을 너머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중국에는 손을 벌리고, 한국과 미국을 향해선 군사적 무력시위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앞서 북한은 지난 14일 평북 의주에서 미사일을 쏜 이틀 뒤 신의주역을 통해 중국 단둥으로 화물열차를 보내기도 했다.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연구팀 연구위원은 "북한이 중국의 뒷배 역할을 강조하면서 장기전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과 한국을 동시에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美 대화·대결 양자택일 하라

북한이 연초부터 잇따른 무력시위를 벌이는 것은 미국을 향해 '대화와 대결 가운데 양자택일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종의 '강대강 전략'이다. 북한은 강경에는 초강경이란 입장을 견지해 왔다. 미국의 대북제재에 추가 발사로 맞받아치고 있는 모양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에 우호적인 중국에 대해서는 '선대선'의 관계를 유지하겠지만, 북한에 적대적인 미국에 대해서는 당분간 '강대강'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핵능력 증강을 통해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핵탄두 운반수단인 다양한 전술 미사일 공개를 통해 위협을 가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얘기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은 한·미가 비핵화를 요구할 수 없을 정도로 핵능력을 고도화해서 제한적 핵 군축으로 협상을 유도하려 한다"며 "군축은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 전제된다"고 말했다.

北 경제난 속 내부결속? 

북한이 국방력 과시를 통해 민심을 다독이려는 속내도 엿보인다. 2년간 셀프 봉쇄에 나서며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불만이 내제돼 있지만 일시적인 국경 개방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올해는 북한이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 주장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2월16일)과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15일)이 각각 110회와 80회다. 하지만 내세울 만한 경제 성과가 뚜렷이 없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결속을 도모하기 위해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수 있다. 외교소식통은 "김정은 정권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문제로 도전을 받는 측면이 있다"며 "내부 관심을 군사적 성과로 틀어서 대내 결속을 도모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경 열며 방역 강조한 北 

북한은 화물열차를 통해 중국에서 물품을 들여간 이날 노동신문을 통해 "여러 가지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에게 절대적으로 안정된 생활환경에 대한 낙관과 신심을 가져다 주기에는 불충분하다"며 "한순간의 자만과 방심, 안일과 해이는 곧 자멸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인 비상방역전에서 승리자가 되자"고도 했다. 내부 자원 고갈로 인한 제한적인 국경 개방에 나서면서, 주민들에겐 코로나19 방역의 경각심을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