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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경영 화두 “냉엄한 현실 인식”“원점서 역량 재설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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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가능성’과 ‘위기’.

재계 회장들이 꼽은 새해 경영 화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올해는 ‘가능성을 고객의 일상’으로 실현하는 해로 만들겠다”는 새해 메시지를 3일 임직원들에게 전했다. 이날 정 회장의 메시지는 현대차그룹이 구축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전달됐다.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다.

주요 대기업·금융사 CEO 신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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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캐나다의 유명 아이스하키 선수인 웨인 그레츠키의 말(시도 조차 하지 않은 샷은 100% 빗나간다)을 인용해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이날 “실패에서 교훈을 찾아 계속 도전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 했고, 정 부회장은 “우리의 목표는 제2의 월마트, 제2의 아마존도 아닌 제1의 신세계”라며 완벽한 디지털 기업으로의 변신을 주문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 역시 신년사를 통해 “바람이 거셀수록 활시위를 더욱 강하게 당겨야 한다”며 “지난 시간 증명된 위기 극복 역량과 도약의 본능을 믿고 100년 기업 한화의 새로운 역사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올해를 “냉엄한 현실을 엄중히 인식하고 CJ의 대변혁을 시작해야 할 때”로 규정했다. 그는 성공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론으로 ▶디지털 전환 가속화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와 첨단 기술 확보 ▶오픈 이노베이션 강화 등을 꼽았다. 이날 그룹 회장에 취임한 구자은 LS 회장은 기존 주력 사업은 물론 미래 신사업과의 시너지도 극대화하는 ‘양손잡이 경영’을 강조했다.

5대 금융그룹(KB금융·신한·하나·우리·NH농협) 회장들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화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을 주요 목표로 꼽았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지만, 5대 금융지주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컸다. 지난해 말 증시에 상장된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등 빅테크 금융기업의 시가총액이 기존 금융사를 앞지르는 등 변화의 조짐이 이미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참고로 지난해 말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카카오페이(23조140억원)와 카카오뱅크(28조340억원) 모두 업계 1위인 KB금융(22조8690억원)을 넘어섰다.

해법은 조금씩 달랐다. 윤종규 KB금융회장은 이날 “KB보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가계대출에서 성장 제한이 예상되는 만큼, 기업금융과 캐피탈 마켓 영역에서 더욱 힘을 모아 성장 활로를 모색해나가자”고 했다.

조용병 신한금융회장은 신속한 디지털 플랫폼 전환에 방점을 뒀다. 그는 “그룹사의 디지털 플랫폼 전반을 ‘바르게, 빠르게, 다르게’ 운영해 빅테크와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앞서 나가자”고 말했다. 김정태 하나금융회장은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고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면서 “원점에서 우리의 역량을 다시금 설계하고, 전사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금융의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은 디지털 기반 종합금융그룹 완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그룹이 전 임직원의 힘을 모아 거침없이 큰 바다로 나아가면 더 큰 기회의 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손병환 NH농협회장은 “다양한 사업모델 허용과 업무 범위가 확대되고, 마이데이터 시대와 함께 종합금융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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