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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엄마와 신생아가 한 침대에"…'구급차 분만' 아빠의 눈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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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음성 판정 받았어요. 확진 받은 엄마와 함께 방치된 채 한 침대에 있는데….”
119구급차에서 아기를 출산한 산모의 남편 장모(34)씨는 “답답하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답이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내와 음성 판정을 받은 아이가 이틀이 넘게 한 침대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아내는 ‘여기서 죽느니 차라리 집에서 죽고 싶다’며 울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새벽에 태어난 장모(34)씨의 둘째 남자아이. 음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현재 확진 판정을 받은 산모와 한 침대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기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사진 장씨 제공

지난 18일 새벽에 태어난 장모(34)씨의 둘째 남자아이. 음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현재 확진 판정을 받은 산모와 한 침대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기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사진 장씨 제공

장씨와 아내 A씨는 지난 16일 출산을 위해 실시한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 재택 치료에 들어갔다. 출산을 위한 병상 배정이 되지 않은 채로 산통이 왔다. 구급차로 이동을 했지만, 18일 오전 1시 36분 구급차 안에서 출산을 해야 했다. 경기 북부와 서울의 전담 병원 16곳에 연락했지만, 모두 “빈 병상이 없다”며 입원을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이후 A씨와 아기는 탯줄 절단 등 응급처치를 위해 서울의료원 응급실에 입원 후 18일 아침 평택의 한 전담병원으로 이송됐다.

“확진자 엄마가 음성 신생아 혼자 돌봐”

장씨는 아이의 태명을 기사에 쓰지는 말아달라고 했다. 출산을 준비하면서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위중한 상황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려는 모습이었다. 그는 “아내가 코로나19 증상으로는 기침만 좀 있는 상황이지만, 출산 직후라 몸 컨디션이 최악이라고 한다”고 했다. 이어 “아이가 음성 결과가 나와서 이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병원에서는 신생아를 위한 병실도 없어 막 출산한 산모가 한 침대에서 아이를 혼자 다 보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아이의 몸무게와 혈액형 등 기본적인 검사와 예방접종 등 할 게 많은데 하나도 안 되고 있다. 일반 가정집에 있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내는 ‘이렇게 방치될 거면 차라리 집에 보내달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8일 새벽에 태어난 장모(34)씨의 둘째 남자아이. 음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현재 확진 판정을 받은 산모와 한 침대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이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사진 장씨 제공

지난 18일 새벽에 태어난 장모(34)씨의 둘째 남자아이. 음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현재 확진 판정을 받은 산모와 한 침대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이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사진 장씨 제공

“신생아 제대로 치료 받아야 하는데…”
장씨는 “아이가 음성이 나왔으니, 아이라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게 급하다. 아이의 병원 이송을 위해 문의를 했지만, 병원에선 ‘양주시보건소에서 아이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병원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 “최선을 다해 돌보고 있다”

A씨가 입원한 병원 측은 “병원은 ‘아이를 돌볼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1인실로 오겠냐’고 보건소를 통해 먼저 제안했고, 산모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입원한 것”이라며 “산모와 아이가 한 침대에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돌보고 있고, 산모의 상태도 많이 좋아졌고 아기도 음성이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이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보건소 측에서 다시 연락이 와 ‘아이를 자택으로 데리고 가도 된다’는 답변을 했고, 조부모가 20일 중으로 아이를 데리고 나올 예정이다”라고 했다. 장씨도 코로나19 확진자로 격리된 상태여서 조부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장씨는 “신생아인 만큼 기본적인 검사와 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 입원이 꼭 필요한데, 확보하지 못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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