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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못맞던 '귀한몸' 모더나…지난달만 77만회분 버려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의 한 병원에 보관중인 모더나 백신. 뉴스1

서울의 한 병원에 보관중인 모더나 백신. 뉴스1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지난달에만 77만 회분 이상 폐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독 모더나에 집중됐다. 해당 물량은 올해 전체 코로나19 백신 폐기량의 95%에 달할 정도다. 정부가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는 ‘절벽 시기’에 유효기간이 짧은 모더나 해동 백신을 여유 물량까지 더해 위탁의료기관 등에 공급하면서 ‘폐기 사태’가 빚어졌다.

8일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백신 폐기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25일 폐기한 코로나19 백신은 7만8367 바이알(병)로, 이 가운데 대부분인 7만7454 바이알이 모더나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화이자 백신은 547 바이알, 아스트라제네카(AZ)는 365 바이알 정도였다. 모더나 백신 한 바이알의 용량은 5mL다. 1회 투약량이 0.5mL인 점을 고려하면, 10월 폐기 물량만 77만4540만 회분에 달한다.

모더나의 폐기물량은 압도적이다. 올해 1월부터 10월 25일까지 폐기된 코로나19 백신 전체물량은 8만1575 바이알로 집계됐는데, 모더나가 7만7572 바이알로 95.1%를 차지했다.

모더나는 화이자와 같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플랫폼 백신이다. 둘 다 초저온 냉동 보관을 해야 한다. 하지만 화이자는 올해 공급량 908만9456 바이알 중 2267 바이알(0.02%)만 버려졌다. 반면, 모더나는 올해 공급물량 134만7693 바이알 가운데 7만7572 바이알(5.8%)이 폐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더나 공급량은 화이자의 7분의 1수준이었는데, 폐기량은 290배나 높은 셈이다.

사용한 백신 바이알 자료사진. 백신은 한번 바이알(병)을 개봉하면 오랜 시간 보관이 어렵다. 2~25℃에서 6시간 정도다. 뉴스1

사용한 백신 바이알 자료사진. 백신은 한번 바이알(병)을 개봉하면 오랜 시간 보관이 어렵다. 2~25℃에서 6시간 정도다. 뉴스1

유통 방식이 폐기물량 차이에 영향을 줬다. 화이자는 각 시·도 예방접종센터에서 냉동보관을 하다 전국 1만3000여곳의 위탁의료기관 등에 배송이 이뤄진다. 화이자의 냉동 보관 가능 기간은 6개월가량 된다. 하지만 이와 달리 모더나는 냉동물류센터에서 해동 뒤 위탁의료기관 등에 전달된다. 모더나는 2~8도에서는 최대 30일만 보관이 가능하다. 모더나의 유효기간이 화이자보다 훨씬 짧은 것이다.

또 접종 속도가 떨어진 지난달 모더나 백신의 여유 물량까지 더해 공급이 이뤄지면서 남아도는 현상이 커졌다. 여기에 고무줄 1·2차 접종 간격도 접종현장에 일부 혼선을 줬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는 2분기 모더나 백신 수급에 차질을 빚자 접종 간격을 6주로 늘렸다 지난달 초 다시 4주로 당겼다. 이 때문에 ‘노쇼’가 잇따랐다고 한다.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관계자는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는 ‘절벽’을 맞는 등 여러 요인이 복합되면서 폐기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앞으론 (위탁의료기관 등에서 요청한) 여유 물량을 따로 보관하다 배송하는 등 폐기물량을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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