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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장으로 읽는 책

이종민 『오늘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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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오늘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

오늘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

오늘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
아침 햇살에 손을 넣자 무언가 만져집니다

오늘을 주머니라 부릅시다
주머니는 날씨가 좋아요
주머니는 울음을 참고 있습니다

손을 넣었다 빼면 뒤집히는 주머니
내일을 꺼내려 하면 어제의 보풀이 일어납니다

이종민 『오늘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

젊은 시인의 시집이다. “내일을 꺼내려 하면 어제의 보풀이 일어납니다” 같은 표현이 좋다. 한 발 내디디려면 무언가 발목을 붙잡는 아이러니가 느껴진달까. 인용문은 시 ‘가벼운 외출’의 일부다. “따지고 보니 오늘보다 내가 더 주머니 같습니다~”로 이어진다.

『오늘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란 시집 제목이 그렇듯 시인에게 ‘이름’이란 중요한 모티프다. 시집을 소개하면서도 “이름을 불이고 부른다는 게 참 폭력적이면서도 아름답고 슬픈 일 같다”고 말했다.

평범한 일상의 단상을 펼쳐놓은 시들이다. “가을이 지나갔다/ 던진 것과 놓친 것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트랙’), “구름이 구름을 구경하고/ 강아지풀이 강아지풀을 만든다”(‘투어리스트’), “발자국을 지우려면 발자국을 찍어야 한다”(‘그림자 밟기’),  “오늘 죽은 사람은 내가 죽어야 사라지겠죠”(‘찢어진 페이지’) 이런 구절들이 마음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