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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하다 이런 낙하산…사장·부사장·감사·사외이사까지 親與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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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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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용 경제정책팀장의 픽: '알박기' 낙하산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인 강원랜드는 올해 사장 등 임원진을 새 얼굴로 대거 교체했다. 이 가운데 사장ㆍ부사장ㆍ상임감사와 사외이사 1명 등 총 4명은 친여 정치권 인사들로 채워졌다.

지난 4월 취임한 이삼걸 사장은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 도전했다가 낙선했다. 1월 취임한 심규호 부사장은 민주당 이광재ㆍ심기준 의원의 비서관을 지냈다.

올해 강원랜드 임원으로 선임된 친여 인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올해 강원랜드 임원으로 선임된 친여 인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6월 취임한 김영수 상임감사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 시절 국회 대변인, 국무총리 때는 국무총리비서실 공보실장을 역임했다. 4월 취임한 이상진 비상임이사는 민주당 강원도당 부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강원랜드가 비전문가 낙하산 ‘그랜드슬램’을 이뤘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 이들 4명의 경력이 관광ㆍ레저 산업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친여 정치인이라는 점에서다. 강원랜드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한 상황에서 낙하산 논란까지 확산하면 경영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기에 이뤄지는 알박기식 낙하산 인사가 노골적이고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성이 부족한 낙하산 인사는 앞서 언급한 강원랜드만의 얘기가 아니다. 주요 금융 공기업 임원에 금융 문외한인 정치권 출신이 임명돼 낙하산 논란이 크게 일었다. 최근에는 에너지 공기업에도 친여(親與) 인사들이 대거 요직을 꿰찬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동서발전의 신임 상임감사로 김상철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정책보좌관이 임명돼 14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동서발전은 지난해 상임감사의 연봉으로 총 1억8888만원을 지급했다.

한국기자협회보 기자 출신인 그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 노무현재단 사료연구센터본부장 등을 거친 친문 정치권 인사로 분류된다. 현 정부에서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 일했다. 당시에도 산업정책과 관련된 경력은 전무해 뒷말이 나왔다.

올해 에너지 공기업 임원으로 선임된 친여 인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올해 에너지 공기업 임원으로 선임된 친여 인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지난 4월에는 김영문 전 관세청장이 동서발전 대표로 선임됐다.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할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고, 지난해 총선에서 여당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했다. 지난해 사장 연봉은 총 2억3885만원이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정치인을 회사의 1, 2인자로 임명하는 것은 에너지 업계에서 오래 일한 사람에게 자괴감을 준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정경수(한전원자력연료)ㆍ정성학(한전KDN)ㆍ김경수(대한석탄공사, 이상 감사), 한병환(지역난방공사)ㆍ김용성(한전KPS)ㆍ이계성(한국전력)ㆍ김연희(대한석탄공사, 이상 사외이사) 등 친여 인사가 올해 에너지 공기업 임원으로 선임됐다.

도 넘은 정권말 '알박기' 낙하산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기업ㆍ준정부기관의 기관장과 감사ㆍ비상임이사 등은 업무ㆍ경영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엄태영 의원은 “공기업 경영의 문제점을 바로 잡고, 기관장을 견제해야 할 감사는 물론 사외이사까지 친여 성향의 비전문가를 내리꽂고 있다”며 “법률 규정마저 무시한 채 공기업의 주요 보직을 정권의 ‘전리품’ 정도로 여기는 현 정부의 정권 말 알박기 낙하산이 도를 넘어섰다”라고 비판했다.

공기업 기관장ㆍ감사ㆍ이사의 임기는 2~3년이다. 올해 선임된 이들은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1~2년은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문재인 정부 말기에 알박기 낙하산 인사가 판을 치는 배경으로 꼽힌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이 강조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시스템을 흔들리게 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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