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성 캐슬린 오스본(28)은 지난해 11월 병원에서 슬픈 소식과 기쁜 소식을 동시에 들었다. 2005년 오른쪽 다리에 앓았던 뼈암(골육종)이 재발했다는 사실과 그가 임신 4개월째란 것이었다. 의사는 그에게 낙태 후 항암 치료와 오른쪽 다리 전체 절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천벽력같은 현실 앞에서 그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13일(현지시간) 미러지, 메트로는 오스본의 안타까운 사연과 숭고한 모정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그는 오른쪽 다리 위쪽에 난 혹의 통증으로 걷기조차 힘들어져 병원을 찾았다.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결과 암으로 판정됐고, 골반 부위에선 알 수 없는 덩어리도 포착됐다. 의사의 추가 검진으로 오스본은 임신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뱃속 아기를 지키기 위해 항암 치료를 포기하고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영국 여성 캐슬린 오스본. 작은 사진은 그가 출산한 딸의 모습이다. [트위터 캡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9/14/8b40074e-02d4-4c29-b547-a0e5b9212df6.jpg)
뱃속 아기를 지키기 위해 항암 치료를 포기하고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영국 여성 캐슬린 오스본. 작은 사진은 그가 출산한 딸의 모습이다. [트위터 캡처]
오스본에겐 이미 각각 9세, 5세인 아들 헤이든과 레오가 있었다. 두 아들은 평소 "여동생을 갖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고, 오스본도 셋째 임신을 기다려왔다.
하지만 15년 전 그를 괴롭혔던 암이 재발했다는 사실에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의사는 그에게 결정까지 일주일의 시간을 줬다. 오스본은 슬픔에 잠겼지만, 결심까진 하루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는 바로 다음 날 의사에게 "다리 절단 수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뱃속 아기를 지키기 위해 항암 치료를 포기한 것이었다. 그는 "오래 생각할수록 더욱 두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시간을 오래 끌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스본의 세 자녀들.[트위터 캡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9/14/48baadfc-aa6f-45f0-b116-55e3bfcbb265.jpg)
오스본의 세 자녀들.[트위터 캡처]
다만 오스본은 두 아들이 한쪽 다리를 잃은 엄마를 보고 놀랄까 걱정됐다. 고민 끝에 그는 영화 '트랜스포머'를 좋아하는 두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다리에 뭔가 나쁜 게 있어서 의사들이 그걸 떼어내야 하지만, 트랜스포머가 내게 새 다리를 만들어 줄거야." 두 아들은 엄마의 이야기를 믿고 "정말 멋지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오스본은 임신 4개월째인 지난해 11월 17일 골반 아래로 오른쪽 다리 전체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그는 휠체어도 거부한 채 목발로 생활하며 한쪽 다리로 생활하는 데 적응해 나갔다고 한다.
하지만 출산예정일 8주 전, 또다시 시련이 닥쳤다. 폐암 말기라는 판정이었다. 그는 2016년 폐암을 진단받았으나 치료 후 2017년 완치됐는데, 재발한 것이었다. 병원에선 오스본에게 제왕절개로 분만을 해야 한다고 했다.
![오스본과 세 자녀. 오스본이 품에 안은 아기가 셋째 딸이다. 오스본은 출산 8주 전 말기 암 진단을 받고 현재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트위터 캡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9/14/86423f41-8e1b-4637-9284-db21303ff65e.jpg)
오스본과 세 자녀. 오스본이 품에 안은 아기가 셋째 딸이다. 오스본은 출산 8주 전 말기 암 진단을 받고 현재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트위터 캡처]
네 번째, 그것도 말기 암 진단을 받고도 오스본은 뱃속 아기를 먼저 걱정했다. 그는 "예정일보다 너무 일찍 세상에 나와 아이를 잃게 될까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다행히 오스본의 딸 아이다 메이는 지난 3월 12일 건강하게 태어났다.
말기 암인 오스본은 병원으로부터 수술도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항암 치료를 하며 되도록 세 자녀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오스본은 "딸을 얻었기 때문에 내 다리를 잃은 결정은 매우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게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지만, 세 아이와 가능한 많은 추억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아이들이 행복하기만 하다면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