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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간호사 줄섰다" 보건노조 총파업 D-4…30일 노정 협의

중앙일보

입력 2021.08.29 17:59

업데이트 2021.08.29 18:06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시점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전국 180여개 병원의 간호사 등을 조합원으로 둔 보건의료노조는 정부에 의료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며 다음 달 2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양측이 30일 노정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혀 교섭 기간 극적 타결 가능성도 남아있다.

29일 보건복지부는 30일 오후 3시 보건노조와 노정 실무협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양측이 전향적 태도로 실무 교섭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라, 30일 협의에서 극적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 27일 브리핑에서 “코로나가 대유행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파업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정부와 보건노조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협의 노력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27일 총파업에 대한 찬반 투표를 한 결과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며 다음 달 2일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26일까지 진행된 투표에 조합원 5만6091명 중 4만5892명(81.82%)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4만1191명(89.76%)이 파업에 찬성했다고 한다. 노조는 정부가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9월 2일 오전 7시부터 방호복을 입고 전면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18일 대전 서구 대전시청 앞에서 의료기관 동시 쟁의조정 신청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대전 서구 대전시청 앞에서 의료기관 동시 쟁의조정 신청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가 약 90%의 찬성률로 총파업 투쟁을 결의한 이유는 코로나19 사태가 2년째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인력 등 의료현장 고충이 심화하고 있는데,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나순자 노조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후 1년 7개월을 버텼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전을 이대로는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은 공공의료 강화와 보건의료 인력 확충 등이다. 특히 간호사 등 의료인 1명이 담당할 적정 환자 수 기준을 만들고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라고 주장한다.

노조가 지난 3월 조합원 4만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40.7%는 “코로나 블루(우울감)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전담병원 노동자 50.5%도 “노동 여건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한 대학병원 소속 조합원은 “조합원들 대다수가 올해만큼은 전면 파업에 동참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가 꼽은 가장 큰 이유는 인력 문제다. 병원 내 모든 팀에 정해진 인력이 있는데 코로나19로 선별진료소, 안심진료소로 인력이 차출됐고 추가로 병원 출입구 열화상감지기 운영 등에도 인력을 배치하며 어려움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 조합원은 “코로나 병동을 열면서 기존 병동에 있던 숙련된 간호사를 빼내니 그나마도 지탱할 여력이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제대로 된 보상이 없는 점에 대해서도 현장에서는 격앙된 상태다. 이 조합원은 "하루 기본 5시간의 오버타임(초과근무)이 발생하는데, 온전하게 보상해주는 병원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코로나 대응을 위해 새로 파견된 간호사에게는 정부가 센 급여를 주는데, 여기서 기존 간호사들과 차별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조합원은 "이 정도 일하려면 그만큼의 임금을 줘야 한다고 보는 것 아니냐. 그런데도 현장 인력과의 격차가 큰 걸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게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이 조합원은 “지칠 대로 지쳐있다. ‘위드 코로나’ 얘기도 나오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아무 말이 없다. 사직하려는 간호사가 줄 서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부터 노조는 복지부와 11차례 교섭을 진행했고, 지난 26일에는 11시간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핵심 요구 대부분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국립중앙의료원 기능 강화 등 일부 쟁점에 대해선 어느 정도 입장차를 좁혔지만, 재정 지원이 수반되는 인력 문제 개선이 좀처럼 쉽지 않다.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은 “여전히 인력 문제 또 재원 문제 검토 과정에서 여러 가지 충분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인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에서 간호사들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인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에서 간호사들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뉴스1

파업 참여 인원은 응급실, 중환자실 등의 필수인력 30%를 제외한 3만9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병동과 외래 간호사, 의료기사, 임상병리사, 환자 이송·보조 인력 등 의사를 제외한 의료진 대다수가 포함된다. 코로나19 중환자를 보는 ‘빅5’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이 노조에 속해있다. 필수인력을 제외하기로 한 만큼 의료대란까지 벌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의료계는 지난해 전공의 파업으로 생겼던 혼란이 재현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24시간 비상 진료체계를 유지하고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평일 진료 시간을 확대하는 등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전담치료병원과 선별진료소 등의 인력이 빠질 경우 코로나 대응에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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