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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들고 외출 통제' 베트남…현지 진출 中企 "올해는 끝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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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 23일 베트남 호찌민시 도로에서 베트남 군인이 검문소를 세우고 시민들의 통행을 막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남부 주요 도시 중 하나인 호치민시 등을 봉쇄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피해는 눈떵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3일 베트남 호찌민시 도로에서 베트남 군인이 검문소를 세우고 시민들의 통행을 막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남부 주요 도시 중 하나인 호치민시 등을 봉쇄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피해는 눈떵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요즘 밤에 잠도 안 와요.”

24일 휴대전화 넘어 A(60)씨의 목소리는 갈라졌다. “FW(가을·겨울) 시즌은 이제 끝났다고 봐요. 가을옷은 지금쯤 납품을 마쳤어야 했는데 시작도 못 했어요.” A씨는 스포츠웨어를 생산·납품하는 중소기업을 운영한다. 2016년 베트남 호찌민 인근에 세운 공장은 지난 달 초부터 가동을 멈췄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베트남 정부가 전격적으로 완전 봉쇄(락다운)를 선포했기 때문이다. 그는 “컨테이너로 옷감이 (베트남에) 들어갔는데 7월 초부터 락다운에 걸려 공장을 못 돌린 지 한 달이 넘었다”고 하소연했다.

베트남 정부, 코로나19 확산에 봉쇄령 #삼성, 현대차도 동남아 코로나 리스크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이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일평균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명을 넘기자 이동금지 명령을 내리고 완전 봉쇄를 선포했다. A씨가 운영하는 기업에서 베트남 현지에 파견한 직원 3명도 숙소인 아파트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A씨는 “베트남 정부가 군인들을 동원해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고 있어 공장에 접근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호찌민시 등에선 총을 등 군인이 시민들의 외출 등을 통제하고 있다.

베트남 진출 국내 기업 1만개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대략 1만 곳에 이른다. 국내 기업이 몰린 호찌민시는 다음 달 15일까지 의약품이나 생필품을 구매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외출을 금지한 상태다. A씨는 “대충 계산한 손해액만 50억원이 넘는다”며 “겨울 의류도 생산을 못 할 것 같아 걱정이 크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옷감이라도 빼서 한국으로 가져오고 싶은데 그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한국 정부가 나서 베트남 정부를 설득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을에 이어 겨울 일감마저 끊기면 한국 본사의 40명이 넘는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베트남 호찌민 가전 공장 전경. 코로나 봉쇄가 이어지면서 공장 가동률이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베트남 호찌민 가전 공장 전경. 코로나 봉쇄가 이어지면서 공장 가동률이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진 삼성전자

동남아 코로나19 확산에 기업 비상 

베트남뿐 아니라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에서 국내외 기업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호찌민 인근에 가전제품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번 봉쇄 조치로 가동률이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은 직원 7000여명을 둔 가전 공장으로 세탁기와 냉장고 등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락다운으로 가동률이 떨어졌지만 생산 중단은 아니다”며 “호찌민시에 공장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물류는 봉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북부 하이퐁시에서 생활가전을 생산하는 LG전자는 일단 완전 봉쇄는 피한 상태다. LG전자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남부와 상당한 거리가 떨어져 있어 공장 가동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동남아 다른 공장도 아직 가동에 문제가 없지만 코로나 확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말레이시아에서 생산하는 전자제어장치(ECU) 부품 수급 문제로 일부 국내 공장의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률이 20% 수준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물량 부족에 이어 동남아 코로나19 확산으로 생산량 타격을 입은 것이다. 동남아산 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일본 토요타도 9월 글로벌 생산량을 목표 대비 50만 대 이상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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