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직권 위헌제청 김백영 판사(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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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애정문제 법으로 다뤄선 안돼”/“형벌이 더 큰 가정파탄 불러”/서경야독 소신파… 강간피의자 영장기각도
『남녀간의 애정문제는 법률로 다룰 성질이 아니라 당사자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30일 국내 처음으로 판사직권으로 헌법재판소에 간통죄 위헌제청을 한 부산지법 제3민사부 김백영판사(34)는 『인간의 생리적ㆍ본능적 욕구로 파생되는 남녀간의 간통문제는 형벌로 다스린다고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정파탄을 부추기는 결과를 빚는 경우를 많이 보게돼 이같은 위헌제청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김판사는 현행 형법241조(간통)에 대해 국가가 소추권을 발동하기 위해서는 간통한 사람 배우자가 고소전에 이혼심판청구를 해야하는데 두사람사이에 원만히 해결해 평온을 되찾을 수 있는 경우에도 이혼심판청구로 인해 돌이킬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예가 많아 더더욱 간통죄는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판사는 『최근 법조계와 학계에서 간통죄의 존폐 및 위헌여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중에 있고 법무부가 마련하고 있는 형법개정시안에서도 간통죄를 삭제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점을 감안,이번에 간통죄의 위헌제청을 하게됐다』고 한다.
김판사는 지난5월 30세된 직장여성이 같은 직장동료인 28세된 남자를 상대로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구속영장도 기각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당시 고소를 한 여자는 연하인 직장 남자동료와 저녁늦게까지 단둘이서 술을 마시고 만취된 상태에서 함께 여관까지 가 두차례씩이나 관계를 가진뒤 『만취상태에서 남자로부터 강제폭행당했다』고 주장,고소를 했었다.
당시 당직판사였던 김판사는 이 사건을 심리하면서 『함께 술을 마시고 여관까지 같이 간 것은 여자 스스로 정조를 지킬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이라고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가정형편으로 75년부터 행정공무원생활을 한 김판사는 77년에 동아대 법학과 야간부에 입학,낮에는 공무원생활,밤에는 대학생활을 했다.
김판사는 81년 대학을 졸업한후에도 고시공부를 계속해 낮의 공무원생활 피로를 딛고 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법관의 길을 걷게됐다.
『모든 문제는 자기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야하며 그 결정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하지 외적인 요소로 강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늘상 가져왔다』는 김판사는 『간통죄 폐지에 따른 여성의 경제적 지위저하와 남성의 간통조장에 문제가 있다는 여성계 일부의 지적은 89년말 이혼여성에게도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한 민법개정과 대법원이 현행 이혼제도에 스스로 허물이 있는 자가 이혼을 청구하지 못하게하고 있는 것으로 보완이 된게 아니냐』고 했다.
간통이 윤리적ㆍ도덕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지않거나 민사상 면책대상이 될수 없는 것은 분명하지만 세계적 추세인 만큼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86년 결혼,세살ㆍ한살된 두딸을 두고있는 김판사는 자신의 간통죄 폐지주장을 부인도 반대하고 있다고 밝히고 『요즘 문란해져가는 성풍조는 개탄스럽지만 법으로 결코 막을수 없으므로 개인의 도덕심ㆍ윤리회복을 위한 교육과 사회분위기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지법내에서도 시국사범에 대한 구속영장을 가장 많이 기각하는 판사로 알려져있는 김판사가 이번에 직권으로 간통죄 위헌제청을 한 것은 「법은 최소한의 도덕률이어야 한다」는 평소생각을 반영,국가가 개인의 도덕적ㆍ윤리적문제에까지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때문이라고 재삼 강조했다.<부산=강진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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