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을 넘어라―90 아시안게임 종목별 총점검<12>|사이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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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한체육회산하 경기단체중 가장 먼저 지난 14일 90년도 정기대의원 총회를 개최한 사이클 연맹은 총회 벽두부터 경기력 향상에 등한시한 집행부에 대한 성토로 곤욕을 치렀었다.
비록 지난해 아시아 선수권대회(인도)에서 종합 2위의 성과를 올렸으나 경기력면에선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 이 대회에서 한국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왔던 남자 1백㎞단체도로경기에서 5위(2시간16분25초69)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이 기록은 우승한 중국(2시간6분22초50) 에 무려 10분이나 뒤질 뿐 아니라 지난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우승하며 세운 종전 한국최고기록 2시간10분36초311보다도 6분 가량 뒤처지는 저조한 것이었던 것.
이날 총회는 북경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집행부의 안일무사한 행정을 성토하는등 전례 없이 열띤 분위기였다.
사이클연맹이 올 최대 역점사업으로 경기력 강화를 꼽고 있으나 대의원들은 집행부의 무계획성을 들어 나무란 것이다.
현재 사이클연맹이 잡고있는 북경대회 목표는 금4·은4·동3개. 전체 금메달 수 11개 (여1천m 독주· 여3㎞ 개인추발 추가)중 전 종목에 걸쳐 메달 입상을 겨냥하겠다는 당찬 목표다.
종목별로 보면 유력한 금메달종목으로는 남자1㎞독주 (엄영섭·26·부산은행), 남자30㎞선두경기 (박민수·20·수자원공사), 여자스프린트 (김진영·20·미창석유), 그리고 남자개인도로 (도은철·27·동양나일론) 등.
이같은 목표설정은 지난해 12월의 제14회 아시아선수권대회 입상성적을 감안한 예상이다.이 대회에서 한국은 금6·은4·동2개를 획득, 중국 (금6· 은4·동3) 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었다.
그러나 이를 토대로 메달을 점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게 사이클계의 지배적인 견해. 우선 금6개중 한국의 절대적인 우위를 확신할 수 있는 종목은 단 2개 종목 (남1㎞독주·남4㎞ 개인추발) 뿐이었다는 권중현(권중현) 총감독의 고백이었다.
그만큼 한국의 강력한 맞수인 중국·일본의 경기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고 더욱이 일본은 전력노출을 우려, 2진 주축으로 팀을 파견함으써 우위를 속단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반면 중국은 이 대회를 통해 확실한 금4개 (여1㎞독주·여3㎞ 개인추발·남1백㎞단체도로·여자개인도로)를 확보해 놓고 있는 상태.
현재로선 이들 종목에서 중국을 따라잡기가 힘겨운 실정이다.
도로경기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중국은 아시아선수권에서 남자1백㎞단체 및 남녀개인도로에서 거푸 우승, 한국을 압도했다. 도은철은 고작 3위에 랭크.
이처럼 비관적인 상황임에도 불구, 한국사이클이 당초목표 (금2)보다 금메달 수를 늘려 잡고 있는 것은 신예선수들의 기량이 지난해부터 비약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최고의 스프린터로 자리 굳힌 베테랑 엄영섭이 우선 건재한데다 신진기대주 박민수·김진영등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남자1㎞독주 및 스트린트에선 일본의 호프 도유카히로시가 엄의 유력한 라이벌로 지목되고 있으나 현 기록상 엄이 단연 앞서있고 남자30㎞선두경기에선 역시 일본의 야스하라 마사히로가 만만찮게 우승을 넘보고 있으나 최근 상승세의 박민수에겐 다소 못 미칠 것이라는게 사이클연맹의 진단.
여자스프린트는 김진영에게 맞서 중국리원준의 거센 도전이 예상되나 일단은 체력에서 앞선 김이 유리한 입장이며 올 처음 채택된 여자1㎞독주는 호각지세. 기록면에선 김진영이 1분256으로 중국의 주링메이(1분15초402)에게 약간 앞서지만 벨로드롬 적응력에서 승부가 판가름날 것 같다. 따라서 사이클연맹은 올 6월까지 세 차례의 선발전을 치러 종별 최종 엔트리를 마감한 후 일찌감치 중국에 파견, 현지적응훈련을 쌓을 계획. 이에 앞서 신기자재 구입도 3월까지 완료,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전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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