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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또 오르고 한도 더 줄었다…샌드위치 대출자들의 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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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상담을 위해 18일 은행을 찾은 직장인 김모(35)씨는 지난달보다 훌쩍 오른 금리에 깜짝 놀랐다. 지난달 2.8%로 안내받았던 금리가 한 달 만에 0.23% 포인트 오르며 3%를 넘었기 때문이다. 3억5000만원을 대출받을 예정이던 김씨의 연간 이자 부담은 980만원에서 1060만원으로 80만원 늘게 됐다.

김씨는 “금리 인상 폭이 생각보다 적지 않아 이자 비용이 부담되지만 집값이 무섭게 오르는데 무주택자로 버티다 ‘벼락 거지’가 되는 것도 두렵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1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의 모습. 뉴스1

1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의 모습. 뉴스1

꺾이지 않는 가계대출 증가세에 금융당국과 은행이 대출 조이기에 나서며 대출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연내 인상 시사도 금리 오름세를 부추기고 있다.

18일 국내 5대 은행의 신규 취급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주담대 금리는 최저 연 2.62%(우리은행)에서 최고 연 4.13%(국민은행)를 기록했다. 전달에 비하면 최저 금리는 0.17%포인트, 최고 금리는 0.06%포인트 올랐다.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신규 취급액 기준)가 지난달 전달보다 0.03% 포인트 오르는 데 그친 것을 감안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금리 상승 폭은 더 가파른 셈이다.

주담대 금리가 코픽스 상승분 이상으로 뛴 것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방침 때문이다. 시중은행은 가산금리는 높이고, 이용 실적에 따른 우대 금리는 축소하는 방식으로 금리를 상향 조정해왔다.

농협은행은 지난 17일부터 거래실적에 따른 우대금리를 기존 0.8%에서 0.5%로 낮추는 등 주담대 전체 우대 금리를 1.2%에서 0.9%로 축소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7일 가산금리를 0.11%포인트 올렸다.

주요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현황. 연합뉴스

주요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현황. 연합뉴스

가계 빚 늘자 대출 한도까지 간섭하는 당국

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것은 금융 당국이 가계 부채 증가세에 브레이크를 걸면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들과 회의를 하고 직장인 신용대출의 한도를 연봉의 100% 이하로 낮추라고 주문했다. 신용대출 한도 제한을 지키지 않은 은행에 대해서는 현장 검사를 나가겠다는 경고도 했다.

지난달부터 적용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따르면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은 경우 연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을 수 없다. 하지만 1억원 미만 신용대출에는 이런 규제가 없었다. 때문에 1억 미만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를 중심으로 대출이 늘었다는 당국의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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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한도만 정해준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주담대 약정을 위반할 경우 대출을 회수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현재 은행은 투기를 막으려 실수요자에 한해 주담대를 내주며 기존 주택 처분조건부 약정, 전입 조건부 약정, 추가 주택 구매 금지 약정의 장치를 두고 있다. 차주가 이런 의무 조항을 지키지 않으면 주담대를 회수하라는 것이다.

당국은 더욱 강력한 조치도 검토할 태세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17일 금융위 직원들과 회의에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필요하다면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활용해 추가 대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23년 7월까지 단계적 확대하기로 한 DSR 규제 강화 일정을 당기고, 제2금융권 DSR 규제 강화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당국의 강력한 대출 규제 방침에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 부채 증가세를 우려하는 정부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대출 캡(상한선)을 정해주는 식의 개입은 리스크 심사라는 은행의 핵심 기능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과 다름없다”며 “대출 사다리를 걷어차 현금 부자만 집을 살 수 있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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