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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연봉이상 못 받는다…더 좁아진 대출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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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앞으로 은행 고객이 자신의 연봉을 초과하는 금액으로 신용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진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은행 여신담당 임원들과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신용대출 한도를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금감원은 직장인 고객에 대해 현재 연봉의 120~200%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금감원, 은행에 가이드라인 제시 #“기존 대출은 만기 때 은행이 판단” #7월 가계대출 17년만에 최대 증가 #증가세 억제 위해 규제 더 확대

다만 은행들이 이미 고객에게 빌려준 신용대출을 만기가 돌아오기 전에 회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익명을 원한 금감원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이미 연봉보다 많은 대출을 받은 사람들에게 (만기 전에) 대출금을 회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연봉 이상 대출을 받은 차주(대출 고객)가 만기를 연장할 때 대출 한도를 깎을 것인지, 기존 한도를 유지할 것인지는 개별 은행이 판단할 몫”이라고 덧붙였다.

은행 가계대출 월간 증가액

은행 가계대출 월간 증가액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지난달부터 가계대출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확대했다.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은 고객이라면 연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을 수 없다. 하지만 1억원 미만 신용대출에는 이런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DSR 규제를 피한 고객을 중심으로 신용대출이 많이 늘었다고 금감원은 판단했다. 특히 20~30대 중에서 1억원 미만 신용대출을 받은 뒤 주식이나 암호화폐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금감원은 보고 있다.

익명을 원한 금감원 관계자는 “자산 버블(거품)이 꺼지면 대출이 부실화할 우려가 있어 관리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지난 6일 취임사에서 “실물경제 회복을 위한 금융지원이 절실하면서도 과도한 민간부문 부채를 관리해야 하는 녹록지 않은 금융환경에 직면했다”며 “한계기업·자영업자 부실 확대 가능성, 거품 우려가 제기되는 자산의 가격 조정 등 다양한 리스크가 일시에 몰려오는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은행권에선 금감원의 신용대출 가이드라인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은행권 관계자는 “고액 신용대출이 강한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또 다른 규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15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 중 신용대출은 4조원, 보험사 약관대출과 신용카드 대출은 2조1000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대형 공모주 청약에 뭉칫돈이 몰린 영향이 큰 것으로 금융위는 보고 있다. 지난달 말 공모주 청약을 받은 카카오뱅크에는 58조원, HK이노엔에는 29조원의 증거금이 들어왔다. 하지만 이달 첫째 주에는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잔액이 2조7000억원 감소했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금융위와 별도로 은행권 가계대출 통계를 낸다.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40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9조7000억원 늘었다. 월간 가계부채 증가 폭은 지난 6월(6조3000억원)보다 확대했다. 7월 가계부채 증가 폭으로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이전에는 지난해 7월 증가 폭(7조6000억원)이 역대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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