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오모 최측근·최연소 여성보좌관, '성추문' 은폐 앞장서다 사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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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사 드로사 수석 비서관(왼쪽)과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지난 6월 뉴욕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멜리사 드로사 수석 비서관(왼쪽)과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지난 6월 뉴욕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앤드루 쿠오모(63) 미국 뉴욕 주지사를 최측근에서 보좌해온 멜리사 드로사(38) 수석 보좌관이 사임했다. 그간 쿠오모 주지사의 성추문을 적극 방어해온 드로사의 사임으로 향후 쿠오모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쿠오모 주지사 보좌관 드로사 사임 #외신 "충실한 보좌관, 믿을만한 전략가" #성추문 은폐, 피해자 보복 시도 드러나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드로사는 이날 사임 성명을 통해 "지난 10년 동안 뉴욕 시민을 위해 봉사한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이었다"며 "개인적으로 지난 2년은 감정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간 드로사는 쿠오모의 가장 충성스러운 보좌관이자 신뢰할만한 전략가로 불려왔다. 유명 로비스트의 딸인 드로사는 2013년 소통 책임자로 쿠오모 행정부에 합류했고, 2년 뒤 비서실장으로 승진했다. 2017년 당시 34세에 최연소 수석 보좌관에 임명됐다.

드로사, 쿠오모 혐의 보고서에 187회 등장

드로사의 사임은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이 최근 공개한 168쪽 분량의 쿠오모 성추행 혐의 보고서의 여파다. 드로사의 이름은 해당 보고서에 총 187차례 등장한다. 모두 성추행 은폐와 피해자에 대한 보복 시도 등으로 알려졌다.

검찰 보고서에 따르면 쿠오모 주지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성은 총 11명이다. 보고서에 '비서1'로 지칭되는 전직 비서 브리트니 코미소는 쿠오모를 처음으로 형사고소한 인물이다. 그는 보고서에서 "쿠오모 주지사가 셀카를 찍자고 요청한 뒤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고 밝혔다. 또 수차례 달라붙어 포옹하고 블라우스 아래 손을 넣어 가슴을 움켜잡는 등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이어갔다고도 진술했다. 코미소는 8일 미국 CBS 방송 인터뷰에 출연해 "그가 나에게 한 짓은 범죄였다. 그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했다"고 밝혔다.

쿠오모의 전직 비서인 브리트니 코미소가 미국 CBS 방송에 출연해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오모의 전직 비서인 브리트니 코미소가 미국 CBS 방송에 출연해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직 보좌관인 린지 보일런은 지난 2월 24일 자신의 블로그에 "쿠오모가 나에게 키스하고 비행기 내부에서 스트립 포커를 치자고 초대했다"고 밝힌 바 있다. 11명의 피해자 중에는 주 경찰관도 포함됐다. 쿠오모는 그에게 "드레스를 입으면 안 되냐"고 요구하고, 한달 뒤에는 배를 함부로 만진 것으로 조사됐다.

린지 보일런 트위터. 인터넷 캡처

린지 보일런 트위터. 인터넷 캡처

쿠오모 방어 위해 고발자 명예 실추

보고서에 따르면 드로사는 쿠오모 고발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데 주력했다. 또 전직 직원들에게 피해 여성과의 통화 내용을 몰래 녹음하도록 압박했다. 50명의 여성으로부터 "쿠오모는 강하고 굳세며 존경받을 만하고 포용적이다"는 내용에 동의한다는 서명을 받아내기도 했다. 피해자 보일런의 인사 정보를 기자들에게 배포하려고 시도한 적도 있다. 보일런은 "드로사를 포함한 최고위 여성들이 쿠오모의 성희롱과 성추행을 마치 정상인 양 보이게 했다"고 비판했다.

쿠오모 뉴욕 주지사의 수석 보좌관으로 일해온 멜리사 드로사. 연합뉴스

쿠오모 뉴욕 주지사의 수석 보좌관으로 일해온 멜리사 드로사. 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은 드로사가 그간 쿠오모 주지사에게 여성 인권을 옹호하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심어넣고, 직원들의 성추행 폭로가 터져나오자 전면에 나서 방어해왔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해 "드로사는 검찰 보고서 여파로 쿠오모가 재임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를 공개적으로 옹호해야 하는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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