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서 항체 형성된 '빠이팅 궁사'···김제덕 꼭 격리해야 하나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08.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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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의 촉: 방역만능주의는 기본권 침해

올림픽 양궁대표팀 김제덕이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연합뉴스

올림픽 양궁대표팀 김제덕이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 와 기분은 좋은데 2주간 자가격리하며 정해진 동선을 지켜며 보내야하니…."

도쿄올림픽 양궁 2관왕 '빠이팅 소년 궁사' 김제덕(17·경북일고)은 2일 인스타그램에 자가격리의 아쉬움을 에둘러 표현했다. 한 팬은 "헉 격리 많이 답답하고 힘드실텐데, 제덕쿵야 파이팅입니다ㅠㅠ"라고 위로했다. 김 군은 1일 입국 후 인천공항 근처 호텔에 격리돼 코로나19 핵산증폭검사(PCR)를 받았고 음성 판정 후 2일 경북 예천으로 갔다. 거기서 또 격리됐다.

 자가격리 되지 않은 안산·오진혁 등의 양궁 금메달리스트들은 방송 출연, 모교 방문 등의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김제덕은 그런 분위기를 즐길 수 없다. 그는 입국 직전 도쿄에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순대국밥이 먹고 싶다"고 했는데 그것도 불가능하다. 할머니 목에 금메달을 걸어주지도, 할아버지 산소에도 못 가고 있다.

 김 군은 예천군의 '양궁인의 집'에 격리돼 바로 옆 훈련장을 오간다. 이 동선을 벗어날 수 없다. 내달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대비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김 군은 6월 18일 백신 1차 접종, 지난달 9일 2차 접종하고 열흘 후 19일 출국했다. '2차 접종 후 14일 안 돼 출국한 사람은 입국 후 자가격리한다'는 질병관리청의 지침에 걸렸다. 그나마 사정을 봐 준 게 '집 격리' 대신 '훈련장 격리'이다.

 김 군은 이달 1일 입국했다. 2차 접종 23일째다. 추정컨대 일본 체류 기간에 항체가 생겼을 거다. 입국 PCR 검사 음성이 입증한다. 그런데 또 자가격리라니….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해외체류 기간까지 포함하면 14일이 이미 지나 항체가 생겼다. 추가로 자가격리할 필요가 없는데, 너무 지침이 경직돼 있다"고 지적한다.

양궁 2관왕 김제덕이 귀국 후 지난 2일 인스타그램에 소감을 밝혔다. 연합뉴스

양궁 2관왕 김제덕이 귀국 후 지난 2일 인스타그램에 소감을 밝혔다. 연합뉴스

 2차 접종 후 14일이 안 지났지만 갑작스러운 사정이 생겨 미국 등지를 다녀오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입국 창구에서 자가격리 조치에 강하게 항의한단다. 공항이야 지침을 지킬 뿐이다. 6일 0시 기준 백신 접종 완료자가 약 753만명(인구의 14.7%). 완료자가 늘면 불만이 따라 늘 것이다. 정기석 교수는 "김 군과 유사한 일을 겪은 사례가 있어 질병청에 지침 개정을 건의했는데, 아직 그대로이다. 서둘러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14일 안 된 상태에서 출국할 경우 외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지침을 두고 있다"며 "공무상 출장으로 인정받으면 입국 때 격리가 면제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큰 대회를 앞둔 김 군이 공무 출장을 인정받으려고 관청을 오갈 수는 없다. 당국이 해외 감염을 걱정하는데, 이 문제도 입국장 PCR 검사로 풀 수 있다. 그것도 미심쩍으면 입국 일주일 후 한 번 더 검사하면 된다.

 예천군청 임미란 팀장은 "김제덕 군은 자가격리된 상태에서 훈련장만 오간다. 할머니를 만날 수 없고, 방송 출연 같은 대외활동을 할 수 없다"며 "군 단위 지자체가 격리 지침을 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김 군은 아무 말 없이 기본(지침)을 지키고 있다"며 "지침이 고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군은 7일께 다시 PCR 검사를 받는다. 음성이 나와도 격리는 풀리지 않는다. 15일 정오에 풀린다.

 보건 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침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지침 개정과 관련, "고민하고 있다.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청이 4차 대유행 대응과 백신 접종에 정신이 없는 줄은 안다. 하지만 잘 보이지 않는 디테일에도 눈을 돌렸으면 한다. 과도한 지침을 하루빨리 고쳐 김 군이 할머니를 만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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