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공부, 원하면 시켜준다" 이게 178만명 학력저하 대책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07.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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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교육팀장의 픽: 교육회복 종합방안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회복 종합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회복 종합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 문이 닫히게 되면서 학력 저하, 학습 격차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대책을 내놨습니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을 대상으로 방과 후에 보충학습을 시키겠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코로나19에 부활한 ‘나머지 공부’로 학력 저하를 해소할 수 있을까요.

29일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회복 종합방안’에 따르면, 올해 2학기부터 내년까지 학생 178만명을 교사가 방과 후나 방학 중에 가르치게 됩니다. 올해 69만명, 내년 109만명이 대상이고, 예산은 올해 2200억원, 내년 3500억원으로 총 5700억원이 투입됩니다.

하위 1/3만 보충학습…중위권 대책은 없어

교육부는 왜 178만명을 대상으로 했을까요. 전체 학생 수를 보면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178만명은 전체 초중고 학생 534만명의 33.3%입니다. 정확히 학생 중 3분의 1을 보충 수업 대상으로 삼은 셈입니다.

[자료제공=교육부]

[자료제공=교육부]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한 학력 저하 문제가 과연 하위 3분의 1 학생에게만 닥친 문제인지 의문입니다. 나머지 3분의 2 학생들, 중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위권은 물론 중상위권 학력도 저하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증거입니다. 자료에 따르면 중고교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전년도 대비 크게 늘었습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부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위한 보충 수업 계획을 내놓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보통학력 이상’의 비율이 중고교 국영수 모두 줄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보통 이상' 결과를 받은 학생 비율. 자료 교육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보통 이상' 결과를 받은 학생 비율. 자료 교육부

공부를 못 하는 학생이 늘어난 것만 문제가 아니라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 줄어든 것도 문제라는 얘깁니다. 하지만 이번에 교육부가 내놓은 교육회복 종합방안에는 중위권 이상 학생의 ‘교육 회복’을 위한 어떤 대책도 나와있지 않습니다.

일주일 2시간 보충으로 학력 저하 해결될까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학생에게 보충 수업이 효과적일지도 의문입니다. 교육부가 5700억원이라는 예산을 편성한 기준을 살펴보면 학생당 16주(4개월)간 매주 2차시 수업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보충 수업 대상이 된 학생은 9월부터 12월까지 매주 2시간씩 방과 후에 수업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과연 누적된 학력 저하가 네달간 일주일에 단 2시간의 보충수업으로 개선될 수 있을까요. 한 교사는 “지금도 누구나 방과후 수업을 받을 수 있지만, 학생들 신청률이 낮고 하위권 학생은 더욱 더 낮다. 보충 수업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진단 없는 보충학습, 대상 선정도 애매

무엇보다 문제는 누구에게 보충 수업을 받도록 하느냐는 점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모든 학생이 치르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일제고사’라며 비판하며 3%만 치르는 표집평가로 바꿨습니다. 이후 학생들의 학력을 국가수준에서 파악할 수 있는 시험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결국 교육부는 보충 수업 대상을 시험 결과가 아니라 교사의 진단과 판단, 학생 희망에 따라 정하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비슷한 수준의 학생이라도 교사에 따라 보충 수업을 받을 수도, 받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그것마저 학생이 희망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일이 돼버릴 것입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지원 교육회복 종합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지원 교육회복 종합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런데 교육부가 쓰는 예산은 178만명에 5700억원, 한명당 32만원 꼴입니다. ‘메가스터디’같은 사교육업체에서 연말까지 무제한으로 전과목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패스권’과 비슷한 금액입니다. 이렇게 적지 않은 예산을 쓰는만큼, 효과를 거둬야 할텐데 학교 현장에서는 우려가 앞섭니다.

교육부의 교육회복 종합방안 대부분은 기존에 발표한 정책의 '복붙(복사해 붙여넣기)'입니다. 16쪽에 걸쳐 추진 과제 44개가 소개됐지만 33개가 예전에 발표한 정책들입니다. '민주시민교육 강화'처럼 교육 회복과 별로 관련이 없어보이는 것도 포함됐습니다. 부디 이번에 나온 ‘나머지 공부’가 학력 회복의 유일한 대책이 아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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