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 성장 청신호…2분기 살린 민간소비, 코로나도 이길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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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소비 회복에 힘입어 올해 2분기 한국 경제가 0.7% 성장했다. 일단 한국은행이 예상한 올해 4% 성장률 달성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복병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확산이다. 회복되던 민간소비가 꺾이며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4~6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7% 성장(속보치)했다고 밝혔다. 뉴스1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4~6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7% 성장(속보치)했다고 밝혔다. 뉴스1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은 전분기 대비 0.7%이다. 코로나19 발생으로 지난해 1분기(-1.3%)와 2분기(-3.2%) 역성장한 뒤 4분기 연속 반등이다. 지난 1분기에는 1.7%로 '깜짝 성장'을 기록했다.

[뉴스분석]

2분기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끈 건 민간소비다. 전 분기 대비 3.5% 늘었다. 증가율로는 2009년 2분기(3.6%) 이후 12년 만에 최대치다. 소비 회복세도 뚜렷해졌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민간소비는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4분기의 98%까지 회복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성장을 이끈 소비의 힘은 수치로 드러난다. 2분기 민간소비의 성장 기여도는 1.6%포인트다. 지난 1분기 (0.6%포인트)보다 1%포인트나 늘었다. 정부소비도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3.9% 증가하며 2분기 연속 늘어났다. 정부의 지출 기여도도 0.7%포인트나 됐다.

건설투자는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며 전분기에 비해 2.5%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0.6% 증가했지만 1분기(6.1%)보다 증가 폭이 축소됐다. 그럼에도 소비와 투자 등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2.4%포인트를 기록했다.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한 민간소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한 민간소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성장률을 갉아먹은 건 수출이다. 한국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왔던 수출(-2.0%)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3분기 이후 증가세를 이어온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으로 자동차 생산 등의 차질이 빚어진 것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수출이 주춤한 가운데 수입이 늘며 2분기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기여도(-1.7%포인트)는 1분기(-0.3%포인트)보다 악화했다. 내수가 벌어 놓은 성장률(2.4%포인트)을 많이 까먹은 셈이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1년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1년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3분기에도 이러한 성장세를 이어갈지 여부다. 당장 복병으로 등장한 것이 코로나19의 4차 확산이다.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며 살아난 내수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마이너스로 돌아선 수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내수 부문은 정부의 재정지출로 어느 정도 유지할 수는 있지만 문제는 수출 분야의 감소세”라며 “차량용 반도체 등 공급망이 빠른 시일 내 회복이 돼 수출이 정상화될 수 있을지가 경제 정상화의 관건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쓰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수출은 아직 순항 중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번 달 1~20일 수출액(326억 달러)은 1년 전보다 32.8% 늘었다.

코로나19 학습 효과로 인해 달라진 소비 패턴도 정부와 한은이 기댈 구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지 카드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8.1% 늘었다. 박양수 국장도 “코로나19확진자수가 과거보다 늘었지만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아졌고, 대면서비스 등 특정 부분으로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목별 GDP 성장기여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항목별 GDP 성장기여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지난 24일 국회를 통과한 34조9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도 민간 부문의 소비를 끌어올릴 수 있다. 한은은 1차 추경(14조9000억원)이 올해 GDP를 0.1~0.2%포인트 정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차 추경이 1차의 배가 넘는 만큼 GDP 견인 효과도 더 클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기존 예상보다 민간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은 커졌지만, 급격하게 줄지는거리두기 강화 여부 등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수출도 점차 둔화하지만 급락할 가능성은 적은 만큼 4% 성장률 전망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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